박용성 회장, ‘체육단체 대통합’ 숙제

입력 2009.02.19 (14:16)

19일 대의원들의 지지속에 체육계 수장에 오른 박용성(69) 신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인들의 기대가 큰 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그만큼 많은 상황이다.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총본산인 체육회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완전통합, 정부와 관계 재정립, 스포츠외교력 강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임 이연택 회장은 이를 해결하는 체육회 발전방안으로 `선진화, 국제화, 민주화'를 주창했다.
선진화는 체육단체 구조조정과 재정자립을 의미하고 국제화는 올림픽 종합 7위라는 성적에 걸맞게 스포츠 외교력도 G7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 민주화는 최근 정부에서도 밝혔듯이 관치체육에서 벗어나 민치체육으로 가는 길이다.
박용성 회장이 재임 4년동안 이 같은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냐에 따라 한국체육의 미래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체육단체 대통합

체육단체 구조조정은 가장 해묵은 숙제다.
체육회는 지난 2004년 정부를 설득해 KOC와 완전 통합해 대한올림픽체육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안민석 의원이 체육회와 KOC를 분리하는 방안을 발의해 두 가지 안이 계류하다 17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잠잠하던 구조조정안은 지난 해 정부가 다시 체육회와 KOC를 분리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심각한 파장이 일었고 체육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단체 분리 여부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나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체육회-KOC 분리 통합 방안은 언제든지 재논란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른 시기에 최종 결론을 내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

◇관치체육에서 자율체육으로

한국 사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민주화로 나아갔지만 체육행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관치체육으로 오히려 후퇴했다.
대한체육회는 당초 사단법인이었지만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문화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체육회가 문화부에 종속될 수 밖에 없었고 매년 되풀이되는 소모적 갈등의 원인이 된 것이다.
최근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올해가 관치체육에서 민간체육으로 가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신임 체육회장의 취임식 행사비 조차도 일일이 문화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게 현실이다.
체육회가 IOC 헌장에 정한대로 진정한 민간독립기구로 하루빨리 KOC 중심의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홀로서기를 해야될 것으로 보인다.

◇자립적인 재정 확보

체육회가 베이징올림픽을 치른 지난 해 총 예산은 1천400억원이었지만 자체 수입은 128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예산의 90%가 넘는 1천200억원 이상을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에 의존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체육회는 재정자립을 위해 국고보조 보다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먼저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월드컵축구장건립지원비 등 사용목적이 이미 달성된 배분액을 체육회로 돌려 줄 것과 경륜.경정 등의 일정 배당액을 지원할 것을 요구중이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 창설 당시 체육회 지분을 환원시켜 줄 것과 각종 기부금에 대해서도 전액 면세 조치를 요청했다.
기업인인 박용성 회장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재정자립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만큼 체육인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올림픽 유치는... 또 태권도는

올해 KOC는 올림픽 유치 후보도시로 평창이냐, 부산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던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은 반드시 개최하겠다며 `삼수'를 선언한 가운데 부산은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준비중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KOC는 유치 가능성이 높은 카드를 선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또 하반기에는 IOC에서 2016년 올림픽 종목에 대한 투표가 있을 예정이어서 태권도의 존속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만약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제외된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우려돼 KOC는 무조건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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