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수첩] ‘故 장자연 문건’ 실명 거론 일파만파

입력 2009.03.16 (09:03)

수정 2009.03.16 (10:20)

<앵커 멘트>

연기자 고 장자연씨가 술자리 시중 및 성 상납을 강요 받았다고 쓴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위를 요구한 당사자가 언론계 유력 인사들이라는 추가 보도가 나와 연예계 안팎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써니’역을 맡으며 악녀연기로 주목을 받은 연기자 장자연 씨. 지난 7일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팬들과 대중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요.

고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지난 금요일 공개됐습니다.

당초 우울증에 인한 자살로 알려졌지만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고인은 이 문건에서 기획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어느 감독이 골프 치러 올 때 술과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켰다.’ 또, ‘접대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아야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소속사 관계자가 방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렸고, 협박에 온갖 욕설로 수모를 겪었다.’ 자신은 ‘수입이 많지 않은 신인배우였지만 매니저 월급 등 모든 것을 자신이 부담하도록 강요받았다.’며 소속사 측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엔 일부가 훼손된 문건에 이어 완벽한 형태의 문건도 입수됐는데요.

언론계 유력 인사와의 접대에 불러 '룸싸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가하면 기획사와 방송계 인사의 실명도 거론되어 있습니다.

또 자신이 아닌 다른 배우도 접대를 위해 불려나갔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문건의 첫 부분은 ‘배우 장자연의 피해 사례입니다.’로 시작하고 마지막은 날짜와 주민등록번호, 서명과 지장이 찍혀있었습니다.

내용공개 후, 장자연씨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문건내용이 사실인지 등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단순 자살사건으로 잠정결론 내렸던 경찰은 공개된 문건에 범죄사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다시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녹취> 오지용(분당 경찰서 형사과장) : “본건 관련 문건이 보도가 되었고 그 문건 내부에 범죄 사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수사 전담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토요일, 장자연씨가 소속됐던 연예기획사와 전 소속사.

친필문서 일부를 처음 공개한 장자연씨의 전매니저 유 씨의 집과 차량 등 총 아홉 군데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또, 유가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습니다.

어제는 문건과 관련해 취재진과 공개 브리핑을 가졌는데요.

<인터뷰> 오지용(분당 경찰서 형사과장) : “(필요하다면 문서에 기록된 실명을 공개할 것인가?) 실명이 사실관계가 확인 되도 이걸 발표하는 것은 피의 사실 공표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공익 여부를 판단해서 차후에 결정 하겠습니다.”

그런가하면 심경고백 문건을 갖고 있던 전 소속사 대표 유 씨는 지난 금요일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유 씨(故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 “(장자연 사망 후, 심경 고백 문건이 있다고 밝힌 이유?) 자연이가 저에게 (자신의 고민 등을) 풀어달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장례식장에서 너무, 단지 우울증으로만 그렇게 묻혀 지는 것이 억울했고요.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밝혀진다고 봅니다.”

또한 문건의 내용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 유 씨가 충격을 받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는 유 씨에 대한 재조사도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고인의 소속사 측은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녹취> 김 씨(故장자연 소속사 대표) : “(고 장자연의 문건이 공개됐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고 대한민국에 연예인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고 장자연씨의 문건관련 세가지 쟁점도 짚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문건이 고 장자연씨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진위확인과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인이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했나에 대한 여부인데요.

경찰은 국립수사 연구소에 필적감정을 의뢰, 이르면 오늘 진위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문제를 제기한 고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 유 씨와 고인의 소속사 대표인 김 씨의 말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녹취> 유 씨(故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 “분명히 제가 받은 것 (문서)에는 자연이가 억울한 것이 많았습니다.”

고인의 소속사 측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 씨(故장자연 소속사 대표) : “(문건에 적힌 접대 관련 내용이 있는데?) 요즘 세상에 29살짜리 성인 여자가 그런 거 시킨다고 하나요? 시킨 적도 없고 시키지도 않습니다. (공개된 문건에 어떻게 생각하나?) 전 소속사 대표 유 씨가 저한테 민형사 소송을 몇 건 당해가지고 장자연 씨를 거기에 이용하는 것밖에는 저도 그렇게밖에 생각 안합니다.”

고인에게 문건을 받았다는 전 매니저 유 씨는 자작극이 아니라면서도,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문건 외에 장자연씨가 작성한 또 다른 문건이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들은 공공연한 비밀이던 연예계 악습이 드디어 드러났다며 진실을 밝혀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고, 성 상납을 강요한 이들에 대해 강한 처벌을 바라는 의견들도 쏟아냈습니다.

그런가하면 경찰은 문건에 거론된 언론계 유력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는데요. 문건에 거론된 이들은 고 장자연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00제작사 대표 : “오래전에 밥 한번 먹은 것 같은데, 당황스럽네요. 거기서 밥을 먹으니까, 자기 소속배우니까 인사를 시키나? 그런 정도로 생각을 했어요.”

<녹취> 000제작사 PD : “(고 장자연의 출연 제의나 로비를 받은 적 없나?) 어디서 그런 얘기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에 아직도 남아 있는 병폐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군소 기획사에선 캐스팅을 담보로 한 각종 접대 강요와 뇌물을 주고 받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연예기획사 매니저 녹취 : “나이는 차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하니까 결국엔 소속사나 본인 스스로 선택하는 실이 스폰서라든지 성 상납이라든지...”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이번 사건의 파장은 한 연기자의 사망에 머물지 않고 연예계 전반에 걸친 수사로 확대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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