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추락 일단 ‘주춤’…회복은 요원

입력 2009.04.24 (09:55)

수정 2009.04.24 (17:02)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경기가 일단 가파른 하락세를 멈췄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가 작년 4분기에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에서 올해 1분기에도 호전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 등 한국경제의 기둥들이 여전히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경기 흐름이나 내부 구조조정 등에 따라 경기가 3분기 이후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경기 급강하 일단 '주춤'
이번 통계에서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1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지 여부였다. 경기가 급강하를 멈췄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은 발표 결과, 1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1%로 작년 4분기의 -5.1%에 비해 간신히 플러스로 돌아섰다. 경기가 상승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가파른 추락은 멈췄다는 뜻이다.
이는 한은의 예상수준 범위다. 한은은 지난 10일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수정)'에서 1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0.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었다.
부문별로도 비슷한 신호가 나왔다. 민간소비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4%로 전분기의 -4.6%에 비해 플러스로 반전됐다. 건설투자도 -3.0%에서 5.3%로 호전됐다.
산업별로는 작년 4분기에 -1.4%를 나타냈던 서비스업이 올해 1분기에는 0.3%로 전환했다. 제조업은 -11.9%에서 -3.2%로 감소폭이 줄었다.

◇ 10년래 최악상황 지속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에서 옆으로 기어가는 모습이다. GDP가 전기대비 0.1% 성장했다는 것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 성장세가 작년 4분기 -5.1%에서 1분기는 0.1% 증가로 반전됐으나 경기는 작년 2분기 이후 수축국면이 1분기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도 수출이 부진하다. 수출의 전기비 성장률은 -3.4%로, 작년 4분기의 -12.6%에 비해 감소폭이 줄었만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수출의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14.1%로 사상 최악이다.
수출은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침체가 지속된다면 한국경제 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설비투자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9.6%로 작년 4분기의 -14.2%에 비해 감소폭이 둔화됐지만 작년 동기대비로는 98년 4분기의 -42.3% 이후 최악이다. 설비투자 부진은 내수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민간소비에 기대하기도 힘들다. 민간소비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0.4%로 전기의 -4.6%에 비해서는 약간 호전되기는 했다. 그러나 3월 취업자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만5천명이 줄어드는 등 급격한 고용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내수가 한국경제에 힘을 보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5.6%이어서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상태에서 0.1% 증가한 것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언제 회복되나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에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경기 저점이 올해 2분기 또는 3분기 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기대비 성장률이 상반기 0.4%, 하반기 0.9%로 옆으로 기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2010년에는 성장률이 3.5%에 이르지만 회복속도는 상당히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L' 자형 또는 `U' 자형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이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은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로 미국 -2,7%, 일본 -6.0%, 유로 -3.4%, 중국 6.8%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진행되고 고용악화가 심화되면 한국경제는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2분기까지 전기비로 플러스가 나오더라도 `더블딥'으로 다시 경기가 급락할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정부 지출에 따른 `몰핀 효과'가 가능한 만큼 최소 3분기까지 성장률을 신중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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