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3점차 굴욕’ 믿기지 않는 참패

입력 2009.04.28 (22:16)

수정 2009.04.2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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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이라 성급하긴 하지만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4월 최고 빅매치'란 수식은 자연스럽게 붙었다.
올해 프로야구 초반 선두권 양강 체제를 형성한 SK와 두산의 잠실 3연전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첫 판은 SK의 '믿기지 않는 참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점수 2-15, 피안타 14개, 사4구 13개 허용, 게다가 실책 2개까지 겹쳤다.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 전 "우리보다 (전력상) 두산이 위에 있어. 멤버 보면 두산이 8개 구단 중 제일 낫다"고 말했다.
겸손이 지나쳤던 탓일까. '비룡 전사'들은 곰들의 집중력 앞에 귀신에 홀린 듯 무참하게 무너졌다.
매 시즌 120경기 넘게 치러도 한 두번 나올까 말까 한 참패였다.
경기가 끝나도 새벽 1시까지 훈련을 한다던 SK 특유의 강인함과 조직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1,2회까지만해도 팽팽했다. SK 일본인 선발 카도쿠라 켄이 초반부터 제구력이 흔들리긴 했지만 그럭저럭 막아나갔다.
그러나 운명의 3회. 두산 타자들의 노림수에 SK는 완전히 넉아웃되고 말았다.
두산 3번타자 고영민부터 7번 손시헌까지 5명은 약속이나 한듯 카도쿠라의 초구를 노려쳐 5연속 안타를 뿜어냈다. 가운데 포크볼을 노려친 6번 최준석의 3점포까지 결정타.
순식간에 6점차까지 벌어지자 좀처럼 틈새를 보이지 않던 SK 수비진도 마구 흔들렸다.
유격수는 공을 흘리고 3루수의 2루 송고는 우익수 쪽으로 그냥 날라갔다. 베테랑들의 실책성 플레이까지 겹치자 팀 전체가 망연자실했다.
카도쿠라가 내려가고 바뀐 투수들도 마찬가지. 밀어내기 점수까지 주며 걷잡을 수 없이 난타당했다.
지난주 '빈볼시비'에 휘말렸던 SK는 7-8점차로 앞서 있어도 제2선발급 채병용을 마운드에 올려 상대 숨통을 죄던 강팀이었다.
8년만에 벌어진 월요일 경기에서 히어로즈에 잡힌 후유증 탓인지 이날 SK 플레이는 시즌 최악이었다. 지난 2004년 5월 롯데와 사직구장 더블헤더 1차전에서 당한 팀 최다 점수차 패배(2-19)를 면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방어율 2.91로 잘 던지고도 승운이 없던 두산 선발 김상현은 '4전5기'로 승리를 따냈다.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더 이상 깔끔할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대패 후 "좋은 경기였다. 질 때 화끈하게 졌다"고 말했다. 역설적인 표현이었다.
김 감독은 이어 선수들을 더그아웃에 모아놓고 "오늘 경기는 잊어버리자. 내일부터 파이팅하자"고 씁쓸하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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