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크라이슬러 파산보호에 ‘촉각’

입력 2009.04.30 (23:45)

수정 2009.05.01 (16:29)

미국 3위의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키로 했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 소식이 향후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도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로서는 면밀히 시장상황을 따져보고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점유율 확대 기회" = 올해 1분기에 크라이슬러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11.2%를 기록, GM(19.5%)과 도요타( 16.3%), 포드(14.1%)에 이어 4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메이커 중에는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차 시장에서 이처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크라이슬러가 법원의 주도 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형편에 놓인 것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작년 말부터 미국 유력 업체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지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북미시장 점유율이 작년 동기대비 1.6% 포인트나 성장한 4.3%를 기록했고 기아차도 사상 최초로 점유율 3%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경우,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올해 북미 시장 점유율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크라이슬러 등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은 경영전략 수립 과정에서 감안했던 사안"이라며 "우수 딜러들을 확보하고 마케팅 역량을 더욱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도" = 반면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 자체가 대폭 줄어들면 국내 업계에도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미 시장은 작년 말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산업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의 산업수요는 작년 동기에 비해 38.4%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북미시장이라는 `파이'가 아예 축소되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번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GM의 파산보호로 이어지는 전조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은 결국 미국 정부가 "GM에게도 마냥 특혜를 줄 수는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크라이슬러의 위기는 그 영향이 GM에 미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며 "GM마저 흔들리면 북미 차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의 위축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가 기회로만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크라이슬러에서 불붙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결국 GM에서도 발생할 경우, 국내 계열사인 GM대우도 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GM과 크라이슬러 등 북미 자동차 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부품회사들도 자칫 판로가 끊길 수 있어 앞으로 벌어질 현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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