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신청 크라이슬러 앞날은?

입력 2009.04.30 (23:45)

수정 2009.05.01 (16:29)

생존위기에 몰렸던 미국 자동차 빅3 중 가장 몸집이 작은 크라이슬러가 30일 파산보호 신청을 해 회사의 85년 역사에 '오점'을 남긴 채 새로운 활로모색에 나서게 됐다.
지난 1924년 출시한 '크라이슬러' 자동차에서 시작된 크라이슬러 역사에서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부도위기에 몰렸던 1980년에는 정부로부터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을뿐이다.
미 정부와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더라도 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있는 회사로 거듭나게 한다는 방침이어서 크라이슬러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위기를 거치면서 왜소해진 크라이슬러의 덩치는 파산보호 과정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더욱 작아져 '지프'와 '다지' 등으로 세계시장을 누볐던 옛 명성은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갈 것임을 발표하면서 "이는 쇠약해지는 신호라기보다는 크라이슬러의 회생의 길을 확실히 열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파산보호 절차가 30~6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이런 발언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상태가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파산법원을 통해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파산보호가 오래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크라이슬러의 진통은 물론 부품업체나 딜러망 등의 타격 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를 통해 그동안 제휴 협상을 벌였던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 고통분담에 합의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주도하는 회사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크라이슬러의 주요 자산은 피아트와 노조가 대주주인, 새로 만들어지는 법인에 매각되고 나머지는 정부 관리에 들어갈 예상이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신청 전에 피아트 및 노조와 합의한 바에 따르면 현재의 대주주인 서버러스캐피털은 지위를 잃고 노조와 피아트가 새 회사의 지분을 각각 55%와 20%씩 갖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피아트는 새 회사가 연비효율이 높은 차를 개발하기 위한 정부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지분을 35%로 늘릴 수 있다.
나머지 지분 중 미국 정부는 8%, 캐나다 정부가 2%씩 보유하게 된다.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의 제휴로 판매량이 양사를 합쳐 작년말 기준으로 연간 420만대 정도인 세계 6위권 회사가 될 전망이다. 또 취약했던 소형차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게 된 것은 크라이슬러 채권단이 파산보호를 피하는데 필요했던 빚 탕감에 동의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미 정부는 크라이슬러의 주요 채권자인 JP모건체이스 등 4개 대형 은행과 69억달러의 빚을 탕감하는 대신 20억달러의 현금을 제공하는데 28일 잠정 합의한 이후 헤지펀드 등 다른 채권자들이 반발하자 현금 규모를 22억5천만달러로 높여 수정 제시했지만 46곳의 채권단 모두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했던 다른 이유로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딜러망 등을 정리하는데 있어서도 파산법원을 통하는 것이 더 쉽고 크라이슬러가 기존에 가졌던 환경 분담금 납부 의무나 영업망 유지에 대한 부담도 줄게돼 피아트가 더 유리한 조건에서 제휴에 나설 수 있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앞서 경기침체에 따른 차 판매 급감과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몰락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는 미 정부로부터 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감원과 비용절감, 피아트와의 제휴 등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크라이슬러는 2월 정부에 제출한 자구책을 통해 3천명을 추가 감원하고 자동차 3개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기 하는 한편 자동차 생산 능력을 10만대 가량 줄이고 고정비용을 7억달러 삭감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는 2007년과 2008년에 이미 3만2천명을 감원해 전세계적으로 작년말 현재 직원 수는 5만4천명이나 자구책에 따라 그 수가 더 줄게 되고 생산량도 더 감소하게 돼 재탄생하는 크라이슬러의 덩치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크라이슬러에 대해 파산보호 기간에 운영자금으로 최대 35억달러를 제공하고 파산보호 절차를 마치면 추가로 45억달러를 제공하는 등 총 80억달러를 지원해 크라이슬러의 회생에 나설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산보호에도 크라이슬러의 차 판매 등 영업이 지속되고 자동차 관련 워런티(보증)도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파산보호 때문에 크라이슬러 차 판매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했다. 또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회사였던 GMAC를 통해 크라이슬러의 할부금융 서비스도 이뤄질 것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를 통한 구조조정이 정부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라이슬러의 채권단과 수천개의 딜러가 파산보호 과정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일련의 법적 대응을 통해 막고 나설 수 있다면서 불확실한 앞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부품업체들과 딜러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크라이슬러는 다음달 4일부터 파산보호에서 벗어날 때까지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부품업체들로서는 공급할 곳이 당분간 없어지는 셈이다.
크라이슬러는 정부가 파산보호 기간에 부품업체들에 대한 대금지급을 포함해 평소와 같이 운영되도록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조조정과 생산 중단 과정에서 모든 부품업체가 생존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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