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포커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땅 되나?

입력 2009.05.10 (09:01)

<앵커 멘트>

‘탈레바니스탄’이라는 나라 들어보셨는지요? 물론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지만‘탈레반의 땅’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빗댄 표현인데요.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한 지 8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탈레반 세력은 날로 강해져 이제 이웃 파키스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흘 전 아프간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만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이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급피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월드포커스, 오늘은 아프간의 정세를 김진희 기자가 심층 보도합니다.

<리포트>

2001년 10월 7일,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했습니다. 파죽지세로 밀어붙인 미군의 공격. 한달 여만에 수도 카불을 장악했고, 두달 여 만에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수립했습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빈 라덴은 찾지 못했지만, 이로서 전쟁은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로부터 8년...

통곡 소리가 가득한 마을에서 사신을 찾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지난 화요일 밤, 미군 주도 연합군이 이 마을을 공습했습니다. 탈레반 소탕이 목표였다지만,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백여 명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녹취>생존자 : “내 여동생과 다른 가족 여섯이 죽었어요.(모두 일곱 명이 숨졌나요?) 네.”

바로 하루 전에도 미군의 과잉 발포로 차에 타고 있던 12살 소녀가 숨졌습니다.

<녹취>모하마드 에심(희생자 가족) : “미군들은 차 안에 여자들만 탄 걸 알면서도 차를 향해 총격을 가했습니다. 한 명이 죽었고, 세 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아프간에서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약 2천 백 명. 이 중 40%는 연합군의 오폭 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8년째 탈레반을 뿌리뽑지 못한 미군이 다급해지면서, 오폭과 과잉대응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민간인 희생은 반미감정에 불을 지폈습니다.

<녹취>나와브 칸(희생자 가족) : “신이 미국을 벌 할 겁니다. 왜 미국은 우릴 고아로 만들고, 이런 횡포를 부리죠? 가족들과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요.”

이런 반미감정은 오는 8월,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친미성향인 현 카르자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했지만, 어느 때보다 민심은 악화된 상태입니다.

<녹취>말릭 샤일 : “우린 선거를 원하지 않습니다.대통령이 싫어요.현 정부로부터 얻은게 아무것도 없어요.이 정부를 원치 않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지지부진한데다 아프간에서조차 별 환영을 받지 못하자,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연합군의 피해도 늘어나 지난해에만 3백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과거 영국과 구 소련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줄줄이 아프간 전쟁에서 패퇴하면서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아프간의 역사가 반복되는 형국입니다.

사정이 이쯤되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아프간 문제를 대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미 해군들이 가족들과 정다운 시간을 갖습니다.

아프간 파병을 앞두고 마련된 이별의 자리입니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추질 않습니다.

<인터뷰>마이클 터코트(하사관) : “만일 가족들이 없다면 살아 돌아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가족'이 나의 생존 이유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 아프간 전략에 따라, 아프간에 2만천 명의 추가 파병이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주둔 미군은 5만8천 명으로 늘게 됐습니다.

이번에야말로 8년째 끌어온 아프간전에 종지부를 찍겠단 각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다른 나라에도 파병을 적극 요청했습니다.

특히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는 지난 2003년 이후 42개 국에서 6만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지만 추가 파병을 강력히 요구 받고 있습니다.

<녹취>오바마(미국 대통령) : “나토는 아프간전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즉시 협력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결국 나토는 5천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지만, 임시적인 치안유지병일 뿐전투병 파병에는 끝내 반대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투병을 제외한 아프간 재건 인력을 60명 더 보태기로 했습니다.

또, 당초 3천만 달러였던 지원액수도 2011년까지 7천4백만 달러로 늘렸습니다. 그러나, 재파병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미국을 제외하곤 전투병 파견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프간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전쟁 8년째인 현재 탈레반은 오히려 수도인 카불을 제외한 아프간 동남부 지역과 파키스탄 북서부를 장악했습니다. 탈레반 세상이 다시 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병력 증강...그 다음 묘안은 탈레반의 돈줄 차단입니다.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 드넓은 경작지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열심히 따고 있습니다. 아편을 만드는 양귀빕니다. 전세계 90%의 아편이 생산되는 아프간.

탈레반은 아편 거래를 통해 연 3억달러를 벌어들여, 군자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미군을 위시한 다국적군은 탈레반의 돈줄인 아편재배지역을 집중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마약 공장 등을 급습해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녹취>에인스워스(영국군 장군) : “큰 승리를 했습니다. 3개 특공여단이 탈레반에게서 거대한 양의 마약을 압류했고, 마약 생산시설과 무기도 압수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아프간과 파키스탄, 양국정부의 절대적 협력입니다. 양국 모두 미국 뿐 아니라 저항세력과도 교류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아프간과 파키스탄 대통령과 함께 3자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이 제시한 당근은 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지원. 대신 저항세력 소탕에 흔들림없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녹취>오바마(미국 대통령) :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미국과 세계인을 헤칠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지도자가 위협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맞서겠다고 다짐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향해 새롭게 전의를 다진 미국. 이에 굴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까지 위협할 정도로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저항세력.

아프가니스탄이 급기야 탈레바니스탄으로 불리면서 악몽과도 같았던 제2의 베트남 전장이 되지 않을까, 세계인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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