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박 2일’, 상처뿐인 전쟁

입력 2009.05.22 (10:10)

수정 2009.05.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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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20분에 돌아왔습니다."
'끝장 승부'를 없앤 올 시즌 프로야구에 벌써 두 번째 '무박2일' 경기가 펼쳐져 선수들의 진을 뺐다.
LG와 KIA는 21일 오후 6시31분부터 광주구장에서 플레이를 시작해 22일 0시29분에야 경기를 끝냈다. 그러나 13-1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두 팀 모두 패배와 다름없는 무승부만 떠안았다.
한 마디로 '영광은 없고 상처투성이인' 5시간58분짜리 대혈투였다.
LG는 올 시즌 벌써 두 번째 무박2일 야구 전쟁을 치렀다.
지난 12일 잠실에서 SK를 만나 1-9로 뒤진 상황에서 9회말 8점을 내고 극적으로 따라붙었다가 12회 연장 끝에 16-10으로 분루를 삼킨 데 이어 열흘도 지나지 않아 또 한번 살인적인 소모전을 펼쳤다. 12일 경기는 5시간39분이었다.
28년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5시간 이상 경기는 모두 25차례로 늘었다.
무승부 없이 무제한 연장 제도를 실시한 지난 시즌 7번이나 5시간 이상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자정을 넘긴 무박 2일 경기는 작년에도 두 번 뿐이었다. 작년 6월12일 사상 처음 날짜를 바꿔가며 야구를 했던 목동구장 히어로즈-KIA 경기와 18회 연장 승부를 벌였던 9월3일 잠실 두산-한화 경기였다.
그 두 경기를 제외한 다섯 경기는 5시간15분을 넘기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연장을 12회까지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개막 한 달 반이 조금 지난 22일 현재 벌써 두 번이나 5시간30분이 넘는 경기가 나왔다. 역대 최장시간 경기 1, 4위 기록을 새로 썼다.
김재박 LG 감독은 지난 12일 SK와 5시간39분 혈투를 치른 다음 날 "거의 두 경기를 벌인 것과 같은 체력 소모가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21일 경기는 더 심했다.
원정 경기이고 주중 3연전 마지막 판이라 LG 선수들은 0시29분에 경기를 마친 뒤 샤워를 하고 늦은(?) 저녁식사를 먹은 다음 버스에 올랐다. 22일부터 잠실에서 한화와 주말 3연전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LG 구단 스태프는 "광주에서 출발해 밤새 차를 몰아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20분이었다. 선수들은 아마도 새벽 6시쯤에야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광주에서 주말 3연전을 계속 치르는 KIA 선수들은 LG보다는 좀 나았다.
LG는 지난 15일 목동에서 역대 최다 점수(39점)가 나는 타격전도 벌였다. 그때는 9이닝만 진행했지만 경기 시간은 4시간39분으로 역대 정규이닝 최장시간 2위였다.
LG 관계자는 "올해는 우리 팀이 유난히 엄청난 체력전을 자주 벌이고 있다. 선수들의 여름 체력이 소진될까 우려된다. 순위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라도 세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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