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외면하는 점자블록

입력 2009.06.01 (07:03)

<앵커 멘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안전보다는 거리 미관만을 강조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을 걷던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허둥대는 모습이 당황한듯 합니다.

점자블록이 검은색이어서 어렴풋한 시력으로는 분간이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애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강완식(1급 시각장애인): "노란색이 점자블록이라는 거 인지하고 가는데 갑자기 검은색이 나오면 내가 혹시 이거 떨어지는 뭐 계단이나 이런 데 와 있는 거 아닌가..."

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은 앞을 전혀 못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약한 시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KS 규격에도 점자블록은 주변과 잘 대비되는 노란색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약한 시력으로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도 최근 '디자인 서울 거리'를 비롯한 서울시내 일부 거리에 검은색 점자블록이 깔리고 있습니다.

노란색이 거슬린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 국승열(서울시 공간디자인팀장): "황색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경고용으로 쓰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인식에 혼란이 있지 않느냐, 이런 우려들이 일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장애인단체의 반발에 서울시는 검은색 사용 방침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단지 거리의 미관 때문에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장애인들의 가슴에 또 하나의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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