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 ‘미완의 대기’ 훌훌 털었다

입력 2009.06.03 (22:07)

수정 2009.06.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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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둘이 괜찮았다면 선발에 끼지 못할 처지였지..."
3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앞두고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이날 선발로 예고된 투수 전병두(25)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 감독의 이런 말에는 늘 기대가 컸지만 이상하리만치 잘 풀리지 않은 전병두의 '불운'이 녹아있다.
전병두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워 피처다. 왼손으로 이 정도 스피드라면 어떤 감독이든 군침을 흘릴만하다. 하지만 2003년 두산에 입단한 전병두는 금세 '저니맨'이 됐다.
2005년 다니엘 리오스와 트레이드되면서 KIA로 떠났고 2008년 다시 SK로 둥지를 옮겼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힐 만큼 구위를 인정받았지만 소속 팀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6년 KIA에서 5승을 올린 게 최고였다. 작년까지 6시즌 동안 고작 13승.
2007년에는 어깨가 아팠고 작년 SK에 온 뒤로는 투구 폼이 불안하고 제구력이 들쭉날쭉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캐프에서 이를 악물었다. 투구 동작을 교정해 안정을 되찾았다.
전병두는 SK가 데려온 외국인 투수 마이크 존슨이 함량미달로 조기 퇴출되고 크리스 니코스키가 2군으로 내려가면서 기회를 잡앗다. 3년 연속 챔피언을 노리는 SK 선발진의 한 자리를 당당히 맡았다.
그래도 운은 따르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두산과 경기에서 9타자 연속 삼진을 포함해 6⅔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기록하며 역투했지만 솔로홈런 2방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지난달 2일 LG와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5월6일 롯데와 경기에서 5이닝 1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승패와 무관했다.
전병두는 이날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홈 경기에서 혼신을 다하는 역투로 올 시즌 최장인 7⅔이닝을 6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117개로 직구 최고 148㎞를 찍으며 삼진 6개도 솎아냈다. 무엇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지난 4월22일 역시 롯데와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42일 만에 시즌 2승을 올렸다. 부산 출신인 전병두로서는 고향팀에만 2승을 거둔 셈이다. 아울러 5일 만에 SK의 선두 탈환을 앞장서 이끌어 기쁨이 두 배였다.
전병두는 경기 후 "볼넷을 주지 않아 오래 끌 수 있었다. 승운이 없다고들 하는데 내 승리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 팀이 이길 때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병두에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칠 기회를 준 김성근 감독은 "어려운 경기인데 잘 버텨줬다. 오늘 승리로 자신감이 많이 붙었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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