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88둥이 우승 대열에 합류

입력 2009.07.06 (11:26)

수정 2009.07.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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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비슷하게 시작한 1988년생 동료들이 자주 우승하는 것을 봤을 때 정말 부러웠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이은정(21)은 한국군단을 이끌고 있는 1988년생 자매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1988년 1월에 태어나 같은 연도에 태어난 선수보다 한해 먼저 학교에 들어간 이은정은 한국에서 신인왕을 차지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박희영(22)과 한영외고 동기동창생이기도 하다.
이은정은 경기도 포천의 동남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이경수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는데 이유는 "살을 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국 아마추어 무대에서 우승 한번 차지하지 못했던 이은정은 2005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까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린 적이 없었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미큘라로 전지훈련을 간 것을 계기로 이은정은 방학 때마다 미국에서 훈련했고 한국 무대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승부를 내자고 결심했다.
이은정은 미국 골프아카데미에 있는 최규진 코치와 호흡을 맞췄고 2005년 퍼블릭링크스에서 당시 한국 국적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2006년 3월 프로로 전향한 뒤 LPGA 2부 투어에서 뛰었던 이은정은 2007년 12월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25위를 차지해 조건부 시드를 받고 2008년 1부 투어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경수씨도 200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사와 테미큘라에서 식당을 경영하며 딸을 뒷바라지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만만치 않았고 자신감을 얻지 못해 나가는 대회마다 성적은 변변치 않았다.
2008년 13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는 한번도 들지 못하고 9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는 데 그쳐 퀄리파잉스쿨 재수에 나서야 했다.
더욱이 시즌 막바지에는 허리와 목 디스크가 함께 찾아오는 바람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치른 두번째 퀄리파잉스쿨에서도 공동44위에 머물러 풀시드를 획득하지 못한 이은정은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세차례 밖에 컷을 통과하지 못했고 최고 성적은 코로나 챔피언십에서 공동 26위였다. 1년 내내 번 상금은 고작 9만5천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5월 뉴욕에서 열린 코닝클래식에서 하루에 이글 3개를 잡아내는 깜짝쇼를 펼치기도 했지만 최종 성적은 공동 65위에 그쳤다.
최규진 코치는 "은정이가 재능있는 선수지만 모든 샷이 긴장의 연속인 프로 세계에서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이은정은 왼쪽 무릎에 통증이 와 압박 밴드를 차고 경기를 했지만 장기인 아이언샷과 퍼팅이 척척 맞아 떨어지면서 무명의 설움을 한번에 씻었다.
조건부 출전권자라는 족쇄도 벗어던졌고 이번 달에 열리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출전권도 따냈다.
이은정은 "스코어카드를 전혀 보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TV를 통해 우승 모습을 본 아버지가 지금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공짜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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