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사라져가는 다방의 추억

입력 2009.07.18 (21:47)

<앵커 멘트>

한때 젊은이들의 사랑과 예술 얘기가 진한 커피향속에 가득했던 곳, 다방을 기억하시는지요.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사라져가는 다방에 대한 추억을 조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감미로운 음악속에 한잔의 커피와 함께 삶과 문학을 논하던 곳.

시인 김광규씨가 추억하는 60년대 학교 앞 다방의 풍경입니다.

너나없이 가난했던 시절 커피향 짙은 다방은 젊은 문인들의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뷰>김광규: "이청준의 퇴원을 여기서 처음 읽었습니다. 우리가 글에 대해서 조언도 하고..."

추억의 장소를 찾은 시인은 안타까운 시심을 토해냅니다.

<녹취> "우리의 옛 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DJ의 화려한 입담과 선곡에 이끌려 시간가는 줄 몰랐던 곳도 바로 다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우리 주위에서 이들 다방의 모습은 더는 찾아 볼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진해의 명물로 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켰던 이 다방도 최근 간판을 내렸습니다.

윤이상과 유치환등 숱한 예술인들이 드나들며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던 곳.

이제는 한달에 두번 열리는 연주회를 통해 다방의 옛 모습을 지켜보려는 안쓰러움만 남았습니다.

<인터뷰>유경아: "옛날 단골 손님들이 찾아오시거든요. 흑백이 사라져서 섭섭하긴 한데 옛 모습을 지키고 있어서 다행이다 고맙다 하시죠."

한때 젊은이들의 삶, 사랑, 예술과 뗄레야 뗄 수 없었던 다방은 이제 한적한 시골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논두렁길을 달려 배달된 커피를 함께 마시며 순박한 웃음을 나눕니다.

<인터뷰>신기언: "우리끼리 있으면 심심하니까 커피라도 시켜먹고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내는 요즘의 커피전문점과는 전혀다른 분위기의 음악과 이야기가 있던 우리네 다방.

커피 맛은 못미쳐도 사람냄새 가득했던 다방은 점점 추억속의 박제가 되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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