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도 적자로’ 이상한 병원 회계

입력 2009.07.21 (22:07)

<앵커 멘트>

적자에 시달린다며 병원들은 매년 의료보험 수가를 올려달라고 하죠. 그런데 '서류상으로만' 적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탐사보도팀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항상 환자들이 붐비는 대형종합병원들, 3분진료 받기 위해 30분에서 한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환자가 이렇게 몰리지만 이들 병원들은 늘 어렵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상근(병원협회 보험위원장) :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로의 결정은 병영 경영 악화 및 붕괴를 초래할 것입니다."

30여개 사립대 재단 병원들의 회계자료를 분석해봤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적자가 났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인터뷰> 전직 병원 이사장 : "정부상으로만 수익이 많이 나도 많이 나게 할 수 없고, 다른 걸로 다 털어버립니다."

이런 편법이 가능한 것은 지출항목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때문입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책정돼 있습니다.

<인터뷰> 윤종훈(공인회계사) : "앞으로 좋은 일에 쓰겠다 원래 취지에 맞도록 쓰겠다고 돈을 적립을 하겠다라는 취지로 부채를 계산할 경우에는 그만큼의 비용을 인정해서 세금을 안 낼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한 일종의 회계 처리방식이죠."

일반 기업과 달리 비영리법인인 사립대 병원들은 수입에서 지출과 함께 고유목적사업준비금까지 빼고 손익을 결산합니다.

집행여부에 관계없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얼마나 책정하느냐에 따라 손익이 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5년 동안 34개 사립대 병원들이 적립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약 8천억 원, 같은 기간 이들 병원 전체 적자액의 두배가 넘습니다.

<인터뷰> 윤종훈(공인회계사) : "사실상 이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난 걸로 얼마든지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문제는 이런 병원들의 결산자료가 건강보험수가와 보조금, 그리고 각종 정책 수립에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킨다는 관점을 갖고 여러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고 있지 못한다는 겁니다."

병원에 지급되는 의료수가는 올해를 제외하고 2002년 이후 매년 인상됐고, 이에 따라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도 연평균 5.9%씩 올랐습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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