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타니지의 강요?’ 정성훈, 결승 번트

입력 2009.07.29 (22:44)

수정 2009.07.29 (22:46)

KBS 뉴스 이미지
“페타지니가 시켜서 했어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분위기 메이커 정성훈(29)이 또다시 '4차원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LG와 삼성의 시즌 15차전이 펼쳐진 잠실구장. 5-5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2사 3루의 기회에서 3번 타자 정성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투수 배영수와 정면승부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정성훈은 투수 왼쪽으로 굴러가는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달렸다.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1루에서 아웃될 타이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번트에 당황한 배영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정성훈은 1루에 살아나가며 승부를 가르는 결승점을 뽑아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빠른 발이 합작해 만들어낸 점수였다.
사실 정성훈은 이날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면서 하마터면 역적이 될 뻔했다.
5-4로 박빙의 리드를 이어가던 5회초 주자 1루에서 2번 타자 박한이의 타구를 잡아 바로 1루로 뿌렸지만 공이 땅에 바운드되면서 1루수 옆으로 흐르는 악송구가 되고 말았다.
정성훈의 악송구로 1루 주자 조동찬이 3루까지 갔고 양준혁의 땅볼 때 홈을 밟아 5-5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6회초 박진만의 강습타구를 엉덩방아를 찧으며 잡아내 기세가 오르던 삼성 타선에 바로 찬물을 끼얹으며 실책을 만회했고 6회말에는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까지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다시 띄워올렸다.
최근 3경기 동안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던 정성훈은 이날 3타수 2안타 1득점에 3루 도루까지 하나 성공시키며 공격과 수비, 주루 모든 면에서 팀을 이끌었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임하는 정성훈이 맹활약하면서 LG의 기세도 살아났다.
박용택은 7회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따라가 잡아낸 데 이어 8회에는 채태인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 앞에서 걷어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침묵하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도 오랜만에 3점 홈런을 뽑아내며 힘을 보탰다.
정성훈은 '4차원 사나이'란 별명답게 "6회에 원래 번트를 대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대기 타석에서 페타지니가 귀찮을 정도로 계속 번트를 대라고 충고하더라"는 엉뚱한 설명으로 다시금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니 3루수 조동찬의 수비 위치도 뒤로 가 있더라"며 엉뚱함 뒤에 감춰진 예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