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로마 쇼크’ 딛고 일어나라!

입력 2009.08.02 (10:17)

수정 2009.08.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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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20.단국대)은 고교생이었던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딴 것이다.
그것도 월드 챔피언을 의미하는 금빛 메달이었다.
이전까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결승 출발대에 선 한국 선수는 한규철(1998년 호주 퍼스)과 이남은(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당당히 결승까지 올라 3분44초30의 기록으로 금빛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 뒤로 우사마 멜룰리(튀니지.3분45초12),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3분45초43)이 차례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수영의 새 시대를 활짝 열었다.
상승세는 올림픽 무대까지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아픔이 있었던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중장거리의 세계 최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는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3분41초86에 터치패드를 찍어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 무대를 노크한 지 44년 만의 쾌거였다.
박태환 이전까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남유선이 결승에 오른 것이었다.
'대륙의 희망' 장린(중국.3분42초44.중국)은 은메달에 머물러 눈물을 떨어뜨렸고, 수영 강국 미국 대표팀의 라슨 젠슨(3분42초78)이 동메달에 그쳤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1분42초96의 당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고, 박태환이 1분44초85초로 뒤를 이었다.
박태환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수영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1년 만에 맥없이 세계 1인자 자리를 내줬다.
박태환은 2009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쓴맛을 단단히 봤다. 박태환이 1년 동안 뒷걸음질할 때 경쟁자들은 성큼성큼 달아났다.
박태환의 첫 경기였던 남자 자유형 400m에서는 일단 대회 2회 연속 우승 꿈이 날아갔다.
예선에서 3분46초04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조 3위, 전체 12위에 머물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8명이 겨루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운 종전 최고 기록 3분41초86에 훨씬 모자라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아시아 최고 기록도 동메달을 딴 맞수 장린(3분41초35)에게 내줬다.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는 1분46초68로 전체 16명 중 13위에 머물러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역시 개인 최고 기록이자 아시아 최고 기록(1분44초85)에 훨씬 모자랐고, 이번 대회 예선 때 기록(1분46초53)보다도 뒤졌다.
멜버른 세계대회와 베이징올림픽에서 거푸 예선 탈락했던 자유형 1,500m에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 작성한 개인 기록 14분55초03을 깨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전체 9위에 해당하는 15분00초87에 레이스를 마쳤다.
전체 8위로 결승에 오른 같은 조의 사무엘 피체티(이탈리아.15분00초70)에 0.17초가 모자랐지만 어쨌든 개인 최고 기록과도 거리가 있었다.
자유형 1,500m 기록 단축에 주력하면서 올해 두 차례 미국 전지훈련까지 실시한 박태환으로서는 참담한 결과였다. 지난 5월 미국 전지훈련 중 출전한 자넷 에반스 인비테이셔널대회 때 기록(14분57초06)보다도 뒤졌다.
이번 대회 출전 종목에서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깨겠다던 박태환의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과 전담팀 사이의 부조화, 고질적인 수영계의 파벌 등이 공론화되면서 성적 부진 탓인 충격 못지않게 파장이 일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에게 로마의 실패는 진정한 세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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