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몰락 속 경쟁국 승승장구

입력 2009.08.02 (10:20)

수정 2009.08.02 (10:21)

박태환(단국대)도, 한국 수영도 로마에서 벌어진 신기록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국이 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남자 자유형 1,500m 예선 경기를 끝으로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먼저 마감했다.
한국 경영 대표팀은 남녀 8명씩 모두 16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했는데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남들은 뛰어갈 때 한국 수영은 제자리에서 버티기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무더위와 야외 수영장 등 환경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도 잘라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하루에 보통 대여섯 개의 세계 최고 기록이 바뀔 만큼 역대 가장 많은 신기록이 쏟아졌다. 한국 선수들도 최첨단 수영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메달은 커녕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신기록은 고작 두 개가 나왔다.
◇제자리 걸음 한 한국 수영
물론 이전까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결승 출발대에 선 한국 선수는 한규철(1998년 호주 퍼스)과 이남은(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박태환(2007년 호주 멜버른) 세 명뿐이었을 만큼 세계무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2007년 멜버른 대회에서도 한국 경영 대표팀은 박태환을 빼고 13명의 선수 중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개인 기록조차 줄이지 못했다.
2006년 말 열린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에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에 아시아신기록 2개, 한국신기록 18개의 성과를 내고 나서 선수들을 오랫동안 쉬게 하는 등 허술하게 대표팀을 관리했던 것이 멜버른 대회에서 성적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그래도 박태환을 비롯해 여자 접영 200m의 최혜라, 여자 평영 200m의 정슬기 등이 준결승까지는 올라갔다. 박태환은 아시아 신기록을 두 개나 세우면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땄다.
이번 로마 대회에서는 무엇보다 세계 챔피언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의 부진이 컸다.
박태환은 멜버른 세계 대회와 베이징올림픽 때 잇달아 금메달을 딴 자유형 400m에서는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가져간 자유형 200m에서는 준결승에 오르는 데 그쳤다.
자유형 1,500m도 예선에서 끝났다. 세 종목 모두 개인 최고 기록조차 깨지 못했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박태환과 여자 평영 200m의 정다래(부영여고) 둘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작성된 한국 신기록도 두 개뿐이다.
유정남(전남수영연맹)이 지난달 28일 남자 접영 200m 예선에서 1분58초56에 레이스를 마쳐 2005년 몬트리올(캐나다)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 한국 최고 기록(1분58초89)을 4년 만에 0.33초 줄였다.
지난달 31일에는 정두희(서울시청)가 남자 접영 100m 예선에서 52초50에 터치패드를 찍어 지난 10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준결승에서 자신이 작성한 종전 한국 기록 52초69을 0.19초 단축했다. 유정남은 스물여섯, 정두희는 스물다섯 살로 대표팀 내 선임급 선수다.
반면 유망주들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고 특히 기대를 모았던 여자 자유형과 평영 등에서도 한국 기록을 깨지 못했다.
한국은 오히려 이번 대회에서 다이빙의 간판 권경민-조관훈(이상 강원도청) 조가 남자 10m 싱크로 플랫폼 결승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오르고, 박현선(연세대)이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솔로 자유부문에서 12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하는 등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던 종목에서 선전했다.
◇달아나는 중국.일본
이번 대회를 통해 이웃 나라 중국, 일본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의 약진은 특히 무서웠다.
중국은 2007년 멜버른 대회에서 10개 중 9개, 베이징올림픽에서 8개 중 7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던 다이빙 종목에서 올해는 세 개의 금메달을 놓치고 7개만 가져 갔다.
하지만 경영에서 이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세계 신기록까지 세우며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현재 무려 네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의 맞수인 장린은 자유형 800m 결승에서 7분32초12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중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이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종전 세계 기록(7분38초65)을 무려 6.53초나 앞당겼다.
자오징은 여자 배영 50m에서 27초06의 세계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다.
중국은 또 여자 계영 800m에서도 7분42초08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미국(7분42초56)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혼계영 400m에서도 3분52초19의 세계 신기록으로 호주,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중국은 경영에서만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보탰다.
일본도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인 기타지마 고스케가 이번 대회에 불참했지만, 고가 준야가 남자 배영 100m에서 52초26의 대회 신기록이자 일본 신기록을 세우며 금맥을 이어갔다.
이리에 료스케가 남자 배영 200m에서 은메달, 마쓰다 다케시는 남자 접영 2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대표 선발 방식 문제없나?
대한수영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는 국내 선발전 없이 대표선수를 정한다. 기준 기록을 넘어선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은 문제가 없지만, 세계대회의 경우 성적과 무관하게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대표 선수를 뽑다 보니 당연히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해당 종목에서 가장 빨리 헤엄치는 선수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정슬기와 최혜라 등 한국 여자 평영 및 접영의 최강자들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촌외훈련을 요구했다가 '대표에 뽑히지 않아도 좋다'는 자퇴서를 내고 태릉선수촌을 나갔기 때문이다.
여자 자유형 50m와 100m 한국 최고 기록을 가진 장희진은 2000년 시드니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 입촌을 거부해 대표팀에서 제외된 일도 있다.
세계대회 직전 선발전을 치러 대표팀을 뽑는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한국은 올 1월부터 대표팀 명단을 확정하고 훈련해 왔다. 대표팀에 들지 못한 선수는 이후 아무리 한국 신기록을 세워도 대표팀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한국 수영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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