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피한 삼성 ‘정중동’ 변화 모색

입력 2009.08.14 (11:09)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일단 신병 구속을 피함에 따라 삼성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 지난 10년은 삼성그룹이 이건희 전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1993년) 이후 성과를 내며 급성장한 시기였지만, 시민단체의 고발, 내부자 폭로, 검찰 수사 등으로 뭇매를 맞는 시련기이기도 했다.
◇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 일단락 = 삼성SDS BW 사건의 재상고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로 사실상 법적 논란은 마무리됐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해보라고 고법에 돌려보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삼성SDS BW 사건도 지난 96년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과 마찬가지로 비상장 우량회사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 등 이 전 회장의 자녀는 대법원에서 무죄로 결론난 에버랜드 CB 인수 후 2년여 뒤인 지난 99년 2월 삼성SDS BW를 저가에 인수해 지분율을 14.8%에서 32.9%로 끌어올렸다.
이 사건은 에버랜드 CB 사건과 함께 두고두고 삼성그룹을 괴롭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년 10월 삼성SDS BW 발행이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158억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고, 국세청도 이 전무 등에게 모두 443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삼성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갔고 대법원이 2004년 9월 삼성의 손을 들어줄 때까지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이재용 전무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은 1심에서 패소한 이후 삼성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삼성SDS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관련 의혹 폭로가 터지면서 특검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삼성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공화국', '반(反) 삼성 기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악화하자, 삼성은 결국 지난해 이 전 회장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를 결정했고 거액의 사회환원을 약속했다.
◇ 삼성, 변화 속으로 = 경영권이 달린 사건과 이 전 회장의 실형 여부가 관심을 끈 사건이 모두 삼성이 생각한 최선 또는 차선의 방향으로 결론나면서 삼성도 변화 속으로 걸음을 내디딜 전망이다.
낙인처럼 찍인 편법 승계 논란에서 벗어난 만큼 이재용 전무의 경영 수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무가 당장 경영 일선에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예상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그룹 경영과 관련해 "재용이 본인의 능력이 닿아야 하고 그 능력이 후계자로 적당하지 않으면 (그룹을) 이어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직은 현장에서 더 경험을 쌓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자리 잡은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는 어떻게든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삼성그룹이 카리스마를 갖춘 이 전 회장의 리더십으로 대규모 투자와 공격 경영을 통해 글로벌 톱 기업으로 올라섰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스템은 과도기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수비 위주의 경영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고,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현실화하는 데는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사장단 인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제대로 인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대규모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이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15.26%다. 지분을 1%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은 8천억 원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외에도 계열분리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변화가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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