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눈물 “다리 아파 점프 안 됐다”

입력 2009.08.18 (07:12)

수정 2009.08.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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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썼던 이불을 걷고 '지존' 엘레나 이신바예바(27.러시아)가 다시 장대를 잡자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을 찾은 3만496명의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팬들은 위기에 몰린 이신바예바가 마지막 도전에서는 4m80을 꼭 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같은 박자로 크게 응원했지만 이신바예바는 여느 때처럼 높게 솟구치지 못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제12회 세계선수권대회 사흘째 경기에서 최대 하이라이트는 너무도 허망하게 끝났다. 이신바예바는 이날 4m75, 4m80에서 단 한번도 바를 넘지 못했다. 세계기록이자 개인 최고인 5m5에도 한참 못 미쳤다.
6년간 굵직한 대회에서 패배를 몰랐던 '미녀새'에게 갑자기 '인간새'의 악몽이 찾아왔다.
6m14를 넘어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보유 중인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은퇴)도 이신바예바처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넘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를 구가해 온 이들만 느낄 수 있는 아픔인지도 모른다.
장대높이뛰기는 세 번 연속 실패만 하지 않는다면 한계 없이 기록을 계속 높여갈 수 있는 종목.
낮은 높이에서 시작해 컨디션을 조율해가며 우승과 기록 경신을 노릴 수도 있지만 부브카나 이신바예바 같은 명실상부한 '지존'은 체력을 비축해 신기록을 세우고자 자신의 최고기록 근처에서 1차 시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통할 수 있으나 부상이 있다면 모험에 가까운 전략이다. 다리가 아팠던 이신바예바에게는 모험에 가까웠다.
특히 까다로운 안나 로고프스카(28.폴란드)가 4m75를 한 번에 성공한 터라 컨디션 조절 없이 4m75를 시작점으로 잡은 이신바예바로서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신바예바는 경기 후 "다리가 아파 점프를 할 수 없었고 제대로 된 동작을 취할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오늘 패배로 앞으로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애써 아쉬움을 가라앉혔다.
2003년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6년간 무패가도를 달리다 올해 로고프스카에게 잇달아 패한 이신바예바가 부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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