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민족비극의 상징인 DMZ, 하지만 동식물에겐 낙원입니다.
반세기 넘게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계를 이영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DMZ, 비무장지대 내의 강원도 철원 평야에 가을 색이 물들어갑니다.
56년간 사람의 간섭이 없었던 비무장지대는 가는 곳마다 자연 그대로의 속살을 드러냅니다.
멸종위기 1급 능구렁이 새끼가 왕사마귀와 뒤엉겨 사투를 벌입니다.
목숨을 건 힘겨루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인터뷰>서재화(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사마귀도 공격성이 있는 곤충입니다. 서로 간에 각자 입장에서 먹이활동을 한 상태..."
남북 간엔 팽팽한 군사적 긴장의 공간이지만 연못에서 목을 축이는 고라니나 백로에겐 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연못에 던진 투망에는 참갈겨니 등 토종 물고기들이 수북이 걸려듭니다.
환경부가 국방부의 협조로 지난달 중순 DMZ 중부지역 생태조사를 벌인 결과 450종의 야생 동식물이 확인됐습니다.
구렁이와 삵, 참매 등 멸종위기 동식물도 5종 발견됐습니다.
투명한 실개천이 흐르고 다양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는 광활한 습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전 가치가 높습니다.
<인터뷰>김귀곤(서울대 교수/DMZ 생태조사단장): "60년간 형성돼온 습지로서 세계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지닌 생태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목적의 도로나 방화로 인한 삼림 훼손, 돼지풀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 유입에 대해선 대책이 필요합니다.
민족적 비극의 현장이었던 DMZ가 반세기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생태계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