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5번이나 진술…미안하다! 나영아

입력 2009.10.13 (21:59)

<앵커 멘트>

성폭행을 당했던 나영이.
몸서리쳐지는 그날의 상황을. 검찰에서 5번이나 진술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법정 진술까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고통입니다.
탐사보도팀 박진영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몸과 마음을 크게 다쳤던 나영이는 이제 많이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범행 당시 범인 조두순이 물어뜯은 얼굴에는 아직 흉터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나영이는 앞으로도 몇 차례 성형수술을 더 받아야 합니다.

배변 주머니를 항상 차고 다녀야 하는 것도 어린 나이에 큰 고역입니다.

<녹취> 나영이(가명) : "(그래도 많이 아픈 거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많이 나아졌어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그냥 의사요. (의사, 왜?)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니까."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은 나영이 가족에겐 더 큰 악몽이었습니다.

한 차례의 진술도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검찰은 아이에게 무려 5차례나 진술을 반복하게 했습니다.

<녹취> 나영이 아버지 : "한 번 하니까 녹화가 안 됐다고, 두 번 하니까 녹음이 안 됐다고. 세 번째 하니까 녹음이 됐는데 소리가 작다고 그러다 보니까 한 다섯 번 했죠. 그게 얼마나 죽이는 일입니까? 한 번도 이야기하기 싫고 생각하기 싫은데 그걸 다섯 번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5번의 검찰 조사도 모자라 아이는 결국 법정에서까지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범인 조두순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반면, 검찰은 1심 재판이 끝나자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조두순이 범행 직후 아내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는 등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정황이 있었지만, 검찰에겐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녹취>한상대(서울고검장) : "존경하는 조순형 의원님. (존경 안 해도 좋아요. 항소포기한 거 잘못된 거죠?)네. (적용 법도 잘못 된 거죠?) 그건 오류가 있었습니다."

피해보상도 턱없이 적었습니다.

사건 직후 안산시는 긴급치료지원비 6백만 원을 지원했지만, 지난 6월 가족 통장에 3백만 원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돈은 안 갚으면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녹취> 나영이 아버지 : "공문을 받았을 때는 참 암담했어요. 벌어서라도 돈을 갚을 테니까 분할상환해 달라 그렇게 해서 분할해서 첫 회 납부하고..."

1회 분할 납부가 끝난 뒤 안산시는 지원비 반환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인터뷰>임영선(안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 : "생활보장심의위원회를 열어서 나영이 처지를 감안해서 다시 지급하기로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한 해 2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아동 성범죄...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하는 무리한 수사과정과 턱없이 부족한 보상으로 피해 아동과 가족은 두 번 눈물짓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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