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몇점?”…고3 교실 왁자지껄

입력 2009.11.13 (11:27)

수정 2009.11.13 (14:18)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고나서 첫날인 13일 서울 시내 각 고등학교는 수험생들이 서로 가채점 결과를 나눠보며 지망 대학을 의논하느라 왁자지껄했다.
이날 오전 8시 양천구 양정고 3층 3학년 이과반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복도와 교실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분주히 점수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온 학생들은 해맑게 웃으며 여유만만한 표정이었지만 실수를 많이 해 모의고사보다 점수가 깎인 학생들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이윽고 오전 8시30분 담임교사가 들어와 학생들에게 쪽지를 나눠주며 가채점 결과를 적어내도록 했다.
쪽지를 쓰는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전날 시험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가채점 점수가 잘 나온 학생들은 당당한 표정이었지만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침울한 얼굴로 점수를 적어냈다.
전교 등수 최상위급인 신모군은 "언어는 풀만 했고 수리는 모의고사보다 쉬운 느낌이었지만 영어는 독해가 까다로웠던 것 같다"며 "과학탐구가 특히 어려웠지만 이번에 애매해서 찍었던 문제 중에 다행히 정답이 많아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가채점 결과 1등급이 나왔다는 또 다른 신모군도 "과학탐구에서 물리와 화학이 좀 어렵게 나와 시간이 부족했지만 생각한 점수가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중위권인 박모군은 "이번 수능에서 언어는 모의고사보다 쉬웠지만 수리는 어려웠던 것 같다"며 "생각보다 점수가 잘 안 나와서 어떤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양수(48) 3학년 부장 교사는 "언어는 중상위권에서는 평이했고 수리는 최상위권이 모의고사보다 원점수가 잘 나왔지만 중상위권은 떨어진 느낌이며, 과학탐구는 생물이 쉬웠으나 화학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상위권은 원점수로 봤을 때 모의고사보다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 문과반 학생들도 이날 오전 8시30분 담임교사들에게 자신의 수능 점수 카드를 제출했다.
대체로 시험을 칠 때의 느낌보다 가채점 결과가 좋게 나와 교실 분위기는 좋았지만 일부 실수를 많이 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표준점수가 내려갈 것을 염려해 표정이 어두웠다.
최상위권인 정모양은 "언어와 수리는 모의고사 수준이거나 쉬웠고, 외국어가 다소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점수는 평소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중상위권인 황모양은 "언어는 까다로웠는데 점수는 괜찮게 나왔고 외국어는 점수가 떨어졌으며, 사회탐구는 어려웠고 시간도 좀 부족했다"며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하면서 어떤 대학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은선 고3 부장 교사는 "시험이 어렵지 않아서 최상위권에서는 실수가 많으면 치명적인 분위기"라며 "과목별로는 언어와 수리는 평이했지만 외국어는 예년에 비해 어려웠고 사회탐구는 까다로웠던 편"이라고 평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가채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험생 인터넷 카페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와 `오르비스' 등에서는 수험생들이 각자 점수를 올리며 이번 수능 정보를 공유하느라 분주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공개하면서 이번 수능의 난이도와 어떤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지를 서로 물었다.
또 일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온라인 사교육업체들이 과목별 예상 수능 등급 기준 추정점수를 올려 발표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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