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이승준, 삼성 도약 ‘양날의 칼’

입력 2009.11.18 (10:05)

수정 2009.11.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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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17일 부산 KT와 원정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얻었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KT를 잡으면서 승리와 패배를 번갈아 하던 `널뛰기'를 벗어나 올 시즌 첫 2연승을 거뒀다.
무엇보다도 2라운드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와 대형 귀화 혼혈선수 이승준에 집착하지 않는 `삼성 농구'의 강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력한 골밑 장악력을 과시해 `레더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레더(200.3㎝)와 신장(204㎝)에 탄력을 겸비한 귀화 혼혈선수 이승준은 올 시즌 삼성을 전주 KCC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는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시즌 초반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두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칠 때 삼성이 이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에 집착하다 패배의 쓴맛을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레더와 이승준을 활용한 포스트업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공격이 단조로워졌고, 이 때문에 이상민-강혁-이정석이 버티는 리그 최강 가드진을 활용한 2대 2 플레이와 전광석화 같은 속공 등 다양한 공격루트를 담은 `삼성 농구'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당연히 상대는 `레더-이승준 포스트업' 패턴을 막는데 집중했고, 결국 삼성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이 조합이 오히려 잦은 패배의 빌미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17일 경기는 양상이 달랐다. 초반 레더 대신 기동력이 좋은 빅터 토마스를 기용하면서 가드진을 살리는 농구를 구사했다. 강혁-이정석-이상민은 번갈아가며 토마스와 2대 2 플레이와 속공을 만들어냈고, 삼성은 이에 힘입어 1쿼터를 10점 차로 앞서갔다.
2쿼터 들어서도 삼성은 정적인 농구보다는 `뛰는 농구'를 구사하면서 KT를 15점 차로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 속공 기회에서도 가드 2명이 치고 나가면 빅맨 한 명이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3쿼터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이 레더와 이승준을 이용한 포스트업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반면, KT는 빠른 발을 이용해 5분여만에 45-42까지 쫓아왔다.
자칫 분위기가 KT쪽으로 넘어갈 상황에서 삼성 안준호 감독은 승부수로 `가드의 힘'을 선택했다.
이정석 대신 들어온 베테랑 이상민은 기막힌 2대 2 플레이를 통해 이규섭의 골밑 슛을 만들어냈고, 속공 기회에서 앞선에서 뛰던 김동욱에게 수비 사이를 가르는 환상적인 패스를 배달한 데 이어 골대 밑으로 달려가는 레더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줘 자유투까지 이끌어냈다.
KT 수비에 통하지 않던 포스트업을 빨리 포기하고, 삼성 특유의 빠른 조직력 농구로 위기를 넘긴 것이다.
안준호 감독은 경기 직후 "KT처럼 빠른 팀과 만나 우리도 열심히 뛴 경기였다"라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다 보면 순위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이날 경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승리의 방정식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레더-이승준' 조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올 시즌 삼성의 성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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