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한지, 천년을 꿈꾸다

입력 2009.12.05 (22:00)

수정 2009.12.06 (08:43)

<앵커 멘트>



비단은 5백년을 가고 종이는 천년을 간다는 말처럼 우리 한지는 오랜 생명력과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해왔는데요,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 한지를 지키는 사람들을 박원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먹은 종이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고, 빛은 종이에 배어 들었을 때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만들어 냅니다.



백발의 장인은 오늘도 종이를 떠냅니다. 나무통 안에서 대나무발을 흔들면 보일듯 말듯 엉겨붙는 얇은 종이막. 이 종이막을 두 장 겹치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는 ’음양지’가 완성됩니다.



8세기 신라 시대 만들어진 다라니경이 바로 이런 음양지에 인쇄돼 천년 이상 보존됐습니다.



<인터뷰>장용훈(경기 무형문화재 16호) : "우리 전통한지는 질긴 것, 윤기 있고, 반질거려...그래서 좋아."



물에 불린 닥나무 속껍질을 숯으로 우려낸 잿물로 반나절을 삶아내고, 다시 이 껍질을 짓이겨 찬물에 섬유질을 풀어낸 뒤에야 비로소 장인의 물질이 시작됩니다. 가로 60, 세로 90 센티미터 남짓 크기, 하루에 기껏해야 이만한 종이 백50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지만을 고집하며 어느 덧 4대를 이어, 백 년 동안 종이를 만들어 온 가문이 됐습니다.



<인터뷰>장성우(계승자/장용훈 씨 장남) : "원료 삶는 방법이나 불 때는 방법 보면 아버지를 못 따라가요. 제가 불을 때면 잘 안되는 데... 연륜은 무시 못해요.."



(닥종이 인형) 초가집 마당에 모여 송편을 빚는 동네 아낙들과 어린 동생을 업은 누이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우리 풍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우리 종이, 한지는 더없이 훌륭한 재룝니다.



<인터뷰>최옥자(닥종이 인형 공예가) "거부감도 없고 느낌도 좋을 뿐더러 우리의 토속적인 분위기라든가 이런 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요."



(한지 옷, 넥타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상은 한지의 질감을 거쳐 더욱 빛을 냅니다.



한지가 패션 소재로도 쓰임새를 넓혀 가는 이윱니다.



<인터뷰>전양배(한지 의상 디자이너) : "처음에는 창의적인 작품을 위해서 한지를 사용하게 됐는데 한지를 다루다 보니까 조형적인 면보다는 빛이나 이런 염색같은 게 효과가 매우 좋더라고요."



조상들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우리 한지가 장인과 예술가의 손을 거쳐 천년을 꿈꾸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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