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빼내기’가 학원 능력?

입력 2010.01.27 (22:00)

<앵커 멘트>

영어 시험 문제를 빼내는 거, 꼭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SAT만이 아닙니다.

온갖 문제가 다 유출되는데, 이런 게 학원의 능력으로 통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김진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어학원.

바로 전날 치러진 토익 시험 문제 풀이가 한창입니다.

단 하루 만에 시험 문제가 고스란히 복원됐습니다.

<녹취>학원 강사 : "지금 프린트가 어제 나왔던 문제인데요. 대신에 제가 그 문제를 그대로 하는 건 안되는 거 아시죠? 고유명사만 이런 식으로 바꿔놨고요."

또 다른 유명 학원.

기출 문제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자,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인터뷰>학원장 : "실제로 강의에서 실전문제들을 그대로 갖다가 가르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직접 강의에 들어가 확인해 봤습니다.

원장 말과는 전혀 다릅니다.

하루 전 나온 문제를 모두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시험 문제를 빼오는 방법까지 은근히 과시합니다.

수강생들만 은밀하게, 특별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녹취>학원강사 : "선생님들이 가셔서 자기 파트를 완벽하게 외워서 그래서 다 취합을 해서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수강을 하시는 분들에게만 드려요."

문제의 핵심 단어를 적거나, 강사끼리 역할을 나눠서 외우는 게 가장 흔한 문제 유출 방법입니다.

토플과 토익, SAT, GRE 등 모든 시험이 마찬가지입니다.

학원가에서는 각종 영어 시험 문제를 복원하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을 넘어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최신 시험 문제를 알려주는 학원으로 몰립니다.

<녹취>학원 수강생 : "빡세게 두 달하면 된다고 그러시던데, 기출 문제 위주로 점수만 받아내려면 OOO예요."

이러다 보니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문제를 빼내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집니다.

<녹취>학원강사 : "이 자료는 어딜 가도 구해볼 수가 없을 겁니다. 예, 대한민국 유일하게 제가 이 자료를 갖고 있는데..."

인터넷에는 기출 문제를 팔고 사는 시장도 만들어졌습니다.

학생들도 문제 빼내기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녹취>홍범선(대학원생) : "최대한 단기간에 최대한 많이 올려야 하는게 저희 목적이니까 그런 방법도 어쩔 수 없다고 봐요."

강사는 문제를 빼내고, 학생은 이 문제를 외우는 암기 실습장.

점수만 오르면 된다는 암묵적 합의 속에 우리 학원들은 이렇게 변질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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