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요즘 학생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준비에 몰두해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취업을 위한 자격증 시험 등 각종 경력을 쌓는 대신 직접 무료 공부방을 꾸려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돕는 속 깊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늦은 저녁, 불꺼진 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에 대학생들이 들어섭니다.
이들이 꾸리는 무료 공부방.
대학생 선생님 9명과 중.고등학생 제자 16명이 일주일에 한 번 씩 만나 공부한 게 7개월째 입니다.
<녹취> 조범철 : "출석체크 한 건데요. 선생님하고 학생들 출석체크요."
영어와 수학을 주로 가르치지만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건 뭐든 답해준다는 선생님들.
<녹취> "뒷부분은 좀 이해가 안가요. (뒷부분 어디?) 여기부터요."
<인터뷰> 조성진(대학교 3학년) : "푸는 방법에 군더더기가 많아서 쉬운 방법으로 푸는 걸 가르치고 있어요."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입시 전쟁.
감당할 수 없을만큼 비싼 사교육비.
그 긴 터널을 지나 대학에 입학했지만 취업을 위한 이른 바 '스펙쌓기'에만 몰두하는 친구들.
바로 자신들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더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장장원(대학교 3학년) :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했는데 입시경험을 통한 교육이었기 때문에 무료 공부방이라는 형식으로 봉사하게 됐고..."
시작할 땐 학생을 모으는 것 조차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자들의 고민을 나누고 꿈을 찾도록 도울 수 있어 더없이 뿌듯합니다.
<인터뷰>조범철(대학교 2학년) :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없는데요, 다 없대요. 그런데 점점 얘기하면서 꿈이 생기는게 보이니까 성취감을 느끼죠."
<인터뷰> 이지현(고등학생) : "선생님들이 친근해요. 고민있냐고 물어봐 주시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여기 와서 많이 알게 됐어요."
파란바람이라는 공부방 이름처럼, 제자들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올 수 있길 그 길에 길잡이가 될 수 있길... 대학생 선생님들은 희망합니다.
<인터뷰> 전시은(대학교 3학년) : "여기 있는 학생들이 대학가서, 혹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다른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모델이 됐으면..."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