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재개발 이익을 노리고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에 들어가는 투기꾼들이 적지 않죠.
이들 때문에 정작 그곳에서 수십 년을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은 전입신고조차 못합니다.
김지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판자촌 마을입니다.
올해 75살인 박길용 씨는 20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갈 곳이 없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판잣집 곳곳이 새고 무너졌지만, 집을 고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녹취>박길용(달터마을 주민) : "이걸(천정을) 고치려고 하니까 구청에서 못 고치게 한 거야. 비가 새는데…"
지난 1980년대부터 개발에 밀린 철거민과 세입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 조성된 이 마을엔 현재 26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불법 건축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주소지가 없습니다.
지난해에 대법원은 비닐하우스촌 등 무허가 건물에 사는 주민이라도 거주 목적으로 살았다면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판결일 뿐 관할 동사무소에선 여전히 전입신고를 받아 주지 않습니다.
<녹취> 개포2동 사무소 직원 : "(전입 신고가 안 돼요?) 전입이 안 되는 지역이에요."
16년 동안 비닐하우스 집에서 산 84살 윤경렬 할머니는 대법원 판결 이후 전입신고를 해 집 주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집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윤경렬(84살/상하벌 마을 주민) : "얼마 남은 여생도 아니니까 내쫓으면 그냥 천막이라도 살아야지 난 갈 데 없어요."
지자체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의 위장 전입이 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단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서동원(과천시 녹지관리팀장) : "그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 되기 때문에 단속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누가 실제 주민이고 누가 투기 세력인지에 대해 실태조사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강남구청 관계자 : "(주민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없습니다. 그 이후에…"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불법 건축물에서 주소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도원 일대에만 최소 5천 가구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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