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해법 합의…출구 지연될듯

입력 2010.06.05 (19:19)

5일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의 최대 성과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만큼 국제공조의 틀에서 금융시장에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고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관심사가 됐던 은행세를 포함한 이른바 금융권 분담방안은 찬반이 분분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이달말 캐나다 정상회의를 겨냥한 핵심의제인 '재정 건전성'과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방안'에 대해선 윤곽을 잡았지만 나머지 의제는 11월 서울 정상회의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재정 건전성 '역할 분담'..출구전략 지연될듯

이날 코뮈니케에 담아낸 재정 건전성 노력은 재정사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 모양새다. 빚더미에 앉은 국가들은 재정 구조조정의 가속페달을 더 밟을 것을 촉구한 반면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에 대해선 수요 진작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G20은 코뮈니케에서 "우리는 능력 범위에서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며 내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국가의 재정이 악화된 마당에 그나마 형편이 나은 국가에 확장적 재정의 유지를 주문한 것은 동시 긴축에 따른 수요 축소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블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부채 국가의 건전성 회복을 통해 잠재적 불안요인을 줄이는 동시에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도 이어가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이미 긴축 재정에 따른 내부 반발에 직면한 그리스 등의 경우 G20의 건전성 노력 촉구가 긴축의 명분을 제공하면서 내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국가에 수요 진작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정치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능력 있는 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과 독일 정도가 꼽히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 출구전략도 지연될 공산이 크다. 4월 워싱턴 회의에서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하자고 했지만 이번에는 출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내수 확대를 강조한데다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 달성을 위해 적절히 운영돼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 점은 확장적 통화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통화정책의 경기회복 기여를 강조한 문구는 회의 막판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G20은 아울러 그동안 핵심의제가 돼왔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위한 정책대안을 이번에 마련했다. 당장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달말 캐나다 정상회담에 보고할 예정이다.



◇은행세 입장차 재확인..`코리아 이니셔티브' 지지기반 다져

올해 들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은행세 등 금융권 분담방안 논의는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했다. 캐나다는 물론 호주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코뮈니케에서는 5대 요소를 고려한 원칙 개발에 합의하긴 했지만 워싱턴 회담 때보다 고려 요인이 늘어난 점은 상황이 보다 복잡해졌음을 시사한다.

또 금융권 분담의 전제로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경우'로 제한하면서 금융시스템 복구 등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빠져나갈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논의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선진국을 대상으로 지지세력을 늘렸다. 또 코뮈니케에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대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도 성과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캐나다, 영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통해 필요성을 강조했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양자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같은 역내 안전망, 글로벌 차원의 안전망 등 다양한 방안을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보고받고 향후 논의방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낙인효과 때문에 꺼리는 IMF의 대출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IMF에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서울회의로 공넘어가..11월 정상회의 주목

이런 흐름에 비춰 이달말 열리는 캐나다 정상회의에서는 재정 건전성과 함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의 정책대안을 찾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이견이 있거나 진척이 더딘 의제들은 11월 서울정상회의로 넘겨진다.

앞서 4월 워싱턴 장관회담에서 IMF 쿼터와 지배구조 개혁의 완료시기를 내년 1월에서 오는 11월 서울정상회의로 당긴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사에 대한 자본 규제를 비롯한 건전성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시기도 연말에서 11월로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현재 은행 자본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지나친 레버리지와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진행 중인 작업은 서울 정상회담에 맞춰 합의된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금융권 분담방안도 캐나다 정상회의가 끝난 뒤인 하반기에나 속도를 내 서울정상회의에 즈음해 원칙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은행세 등을 놓고 노출된 회원국 간의 입장차이 등에 비춰 우려했던 G20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개최된 이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있었지만, 지금은 20개국이나 되는 국가별로 회복속도나 사정이 달라지면서 특정사안에서 이해 상충이나 불협화음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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