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빛나지 않는’ 맥빠진 월드컵

입력 2010.06.21 (16:14)

수정 2010.06.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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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번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에 모이는 32개국 736명의 쟁쟁한 선수 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 천문학적 몸값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별 중의 별’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누구보다 빛나리라고 예상됐던 스타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조별리그 탈락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선수를 비롯해 무기력한 플레이로 팀의 핵심 역할을 다하지 못한 빅스타들이 부지기수. 일각에서는 `월드컵에 스타가 없어 맥이 빠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초반 탈락에 `짐 싸’

 

조별리그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16강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 가장 먼저 귀국 비행기를 타야하는 비운의 스타는 카메룬의 `흑표범’ 사뮈엘 에토오(29.인터밀란)다.



그는 바르셀로나 시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2005~2006 시즌)에 올랐고 소속팀을 옮겨가며 두번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아프리카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공격의 핵심이자 주장으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진출을 재현하겠다고 별렀지만 `골 사냥꾼’으로서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카메룬은 1차전에서 일본에 0-1로, 2차전에서는 덴마크에 1-2로 내리 패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고, 에토오는 "최하위로 월드컵을 마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프랑스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2006년 독일 월드컵 준우승을 일군 주역인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도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할 처지에 놓였다.



프랑스는 현재까지 1무1패를 기록, A조 3위로 기적이 없는 한 조별리그에서 탈락이 확실시되고 있다.



월드컵 지역 예선 아일랜드전에서의 ’신의 손’ 논란으로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에 흠집을 낸 앙리는 남아공에서 ’특급 골잡이’로서 명예 회복을 시도하려 지만 팀의 자중지란 속에 제대로 출전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할 신세가 됐다.



◇이름값 무색..체면 구긴 스타들 



기대만큼 큰 실망을 안겨줘 원성을 사고 있는 스타들도 있다.



잉글랜드의 기대를 한몸에 짊어진 간판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 가뭄과 잇따른 돌출행동으로 자국 팬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보여준 저돌적인 돌파와 드리블, 대포알 슛 등 특유의 플레이는 남아공 본선 무대에서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루니의 침묵 속에 `최고의 조편성’이라는 애초 전망을 뒤엎고 미국(1-1), 알제리(0-0)와 연달아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마저 위태로워졌다.



루니는 또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심판에게 욕을 해 경고를 받았고, 19일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 직후에는 중계 카메라에 대로 `야유해주는 우리 팬들 반갑습니다’라고 비아냥댔다가 공개 사과하는 등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독일의 `주포’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케이스.



그는 호주와의 1차전에서 쐐기골로 팀 승리를 이끌며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브라질 호나우두의 15골) 경신까지 바라봤으나 세르비아와 2차전에서는 퇴장을 당해 독일의 0-1 패배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1승1패를 기록 중인 독일은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24일 3차전에서 골잡이 없이 가나와 맞서게 돼 승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깨어나라’ 잠자는 스타들 



딱히 잘못은 없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팬들의 애를 태우는 스타로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타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이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2007-2008시즌 총 42골을 쓸어담으며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및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 등 개인상을 싹쓸이했고, 지난해 천문학적 이적료를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고 나서도 이번 시즌 35경기에서 33골을 터뜨리는 등 소속팀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국가대표로는 유로2008 이후 16개월간 대표팀에서는 골을 터뜨리지 못했고 지난 16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핵심 전력인 호날두의 발이 묶인 포르투갈은 이 경기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음에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하얀 펠레’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카카도 공격을 조율하는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름값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북한과 1차전에서는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에 번번이 패스가 막히는 답답한 모습을 보였고,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파비아누의 만회골과 엘라누의 세번째 쐐기골을 유도하는 활약을 보였지만 막판 퇴장으로 빛이 바랬다.



평소 파울 없는 깨끗한 플레이를 하기로 알려진 카카는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생애 세 번째이자 국가대표로서 첫 번째 레드카드를 받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포르투갈과의 3차전 출장이 무산돼 모처럼 물오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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