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7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의미는?

입력 2010.07.24 (06:45)

23일 발표된 유럽 은행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91개 평가 대상 가운데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7개 은행만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은 유럽연합(EU) 역내의 나머지 은행들은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제기됐던 유럽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했던 각국 정부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각국의 재정악화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까지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채에 대해서는 평가손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시장이 이번 평가 결과를 100%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시장 관계자들은 내달 6일로 예정된 2단계 상세 평가결과 발표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스 테스트 어떻게 진행됐나 = 유럽 은행감독위원회(CEBS)와 각국 감독기관이 EU 회원국 중 20개국의 총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2가지 상황을 가정해 재무건전성, 정확히 말해 "시장 충격에 견딜 만큼의 자본을 갖췄는지"를 따졌다.

감독 당국은 우선 각국 국채의 지급불능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국내총생산(GDP)이 EU 집행위원회 전망치에서 평균 3%포인트 이탈하고 ▲실업률은 6%포인트 높아지며 ▲시장 금리도 6%포인트 상승하고 ▲주식 가치가 올해와 내년에 20%씩 감소하는 등의 거시경제 악화 상황을 가정했다.

여기에 국가부도 위험으로 은행이 보유한 각국 국채(5년 물)에 대해 최고 23%(그리스)에서 최저 4%(독일)의 대손처리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더한 평가도 이뤄졌다.

CEBS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20년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가혹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감독 당국은 국채에 대한 대손상각을 반영한 상황과 단순히 거시경제 상황의 악화를 가정한 두 가지 시나리오로 재무상태를 점검한 뒤 기본자본(Tier-1 capital) 비율이 6%에 미달하는 경우에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서 이들은 총 35억유로의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결과, 독일의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HRE)와 그리스의 ATE은행, 그리고 스페인의 중소형 은행 5개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CEBS와 유럽중앙은행(ECB), EU 집행위는 공동 성명을 통해 "역내 은행의 충격에 대한 회복력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국채 대손상각 가정에 '구멍' = 국제적 대형은행은 모두 살아남고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은행만 "자본을 추가 확충하라"는 권고를 받음으로써 유럽 은행의 재무건전성은 일단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채 대손상각 시나리오를 대입할 때 "각 은행이 투자목적, 즉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할 목적으로 계상해 놓은 게 아니라 만기까지 보유하고자 하는 국채는 평가손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CEBS의 설명에 불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국채 대부분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손상각을 배제했다는 것은 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부도 위험을 간과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국채의 가치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잠재위험까지 충분히 반영했어야 했다는 비판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식적인 평가 결과에 앞서 CEBS가 국채 대손상각과 관련해 이러한 평가기준을 공개한 직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실망감을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2단계 상세 평가결과 주목 = EU는 애초 이날 발표된 것처럼 총괄적인 평가결과만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되자 상세 평가결과를 추가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EBS와 각국 감독 당국은 2단계로 내달 6일 두 가지 시나리오 아래서 개별 은행의 재무상태가 어떤지 계량화한 지표를 보여주는, 상세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세 평가결과도 아직은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공표될지 불확실하나 시장에서는 일단 2단계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유럽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그리고 거기서 나타난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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