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태광 비자금 의혹’ 퍼즐 풀어낼까?

입력 2010.10.22 (09:56)

수정 2010.10.22 (10:14)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가 관련자 진술과 방대한 분량의 압수물 등을 갖고 비자금 전모에 대한 '조각 맞추기'에 열중하고 있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부지검은 이 회장 및 모친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집과 그룹 사무실 등지에서 압수한 수백 상자 분량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검토·분석하며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전날 이 상무의 집까지 압수수색함으로써 이번 수사를 위한 검찰의 1단계 압수수색은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의혹 대상으로 부상한 '한국도서보급' 본사도 지난주 이미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압수물 가운데서도 이 상무 집에서 확보한 자료들 중에서 비자금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가 그룹의 자금 운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검찰은 일단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검토·분석이 완료되면 비자금 조성 자체를 입증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의혹의 '정점'인 이 회장과 이 상무의 소환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회장 모자를 소환하면 비자금의 규모는 물론 용처를 집중조사한다는 방침 아래 그동안 이들을 추궁할 수 있는 단서 확보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검찰은 이 회장이 계열사 차명주식과 은행예금 등 형태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복수의 내부자 제보를 접수하고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를 본격화한 이래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곧이어 수사팀은 관련자 수십명을 줄줄이 소환하고 이 회장 모자(母子)의 집과 집무실을 뒤지는 압박수사를 벌여 비자금과 관련된 단서를 상당 부분 확보했으나, 아직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물론 자금의 구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이 현금ㆍ주식ㆍ보험계좌 등 여러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해 입출금 경로가 아주 복잡한 데다, 회사 관계자들이 '이 회장의 미신고 유산 등이 오해를 받았다'며 의혹을 부인해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이기도 했다는 의혹도 부각됐지만 대부분 입증이 어려운 현금ㆍ인맥을 통한 유착설(說)이라 검찰 일각에선 벌써 수사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전 직원과 소액주주 등 예전 그룹 측과 갈등을 빚었던 이들이 잇달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있어 수사가 급진전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선방송사 인수로비' 의혹으로 퇴사한 계열사 티브로드의 문모(39) 전 팀장이 지난 6월 그룹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사측의 로비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은 이와 관련해 시선을 끈다.

재판부는 다음달 조정기일을 열어 문 전 팀장과 그룹과의 합의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문 전 팀장의 변호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뢰인과 논의가 끝나지 않아 현재 재판 내용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태광그룹 측은 아직 `의혹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우발적으로 생긴 문제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지만 비자금 운용 및 로비 의혹은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서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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