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보험사 소송 남발로 소비자만 불리

입력 2010.10.25 (22:32)

수정 2010.10.25 (22:46)

<앵커 멘트>



갑작스레 당한 불행도 힘겨운데, 두번 우는 보험 가입자들이 많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들이 ’묻지마 소송’을 남발하기 때문인데요.



이슈앤 뉴스 먼저 김주한 기자가 피해자들의 딱한 사연을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신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송모 씨는 수술비 3백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돈을 줄 수 없다며 송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1년 반에 걸친 원심과 항소심끝에 송 씨가 승소했지만, 그 동안 생업은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녹취>보험사 소송 피해자 : "나한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회사가 그 다음부터는 저한테는 왠수가 된 거죠."



올초 허리 수술을 받은 김모 씨도 보험금을 받기는 커녕 보험사기꾼으로 몰려 소송만 당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지금까지 수차례 법정을 오가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녹취>보험사 소송 피해자 : "이 돈을 못받으면 어떡하나, 수술비를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되나, 그런 마음으로 불안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쌓였죠."



이처럼 보험사가 가입자를 상대로 돈을 주지 못하겠다며 제기하는 채무부 존재 소송은 지난 2005년 5백 30여 건에서 2009년 천 3백여 건으로 급증하는 등 4년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믿었던 보험사에 소비자들은 또 한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급할 때 도움 받으려 드는게 보험인데, 이런 경우엔 고통을 가중시키는군요.



김덕원 기자 나왔습니다.



김기자, 소송을 남발하는 속셈이 어디에 있습니까?



<리포트>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막겠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소송 제기 이유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보험사가 재정이 안 좋을 때 보험금 지급을 미루기 위해 소송을 악용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험 지급을 수익으로 나눈 것을 손해율이라고 하는데 보험지급이 많아 손해율이 높으면 일부 보험사에 소송건수도 증가합니다.



한 보험사의 손해율 그래프를 보면 지난 2008년 이후 갑자기 증가했죠.



보험금 지급이 많아 재정이 안 좋아졌다는 얘기인데 이때 소송 건수도 증가했습니다.



즉 이처럼 손해율과 소송 증가율이 같습니다.



다른 보험사들도 손해율과 소송 증가율이 같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전직 보험관계자(음성변조) : "보험금 많이 지급되는 걸 억제하는 수단 방법으로 소송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험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가장 많이 하는 보험사는 어디일까요?



김귀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흥국화재는 최근 5년간 무려 646건의 채무부존재 소송, 즉 보험가입자에게 돈을 주지 않겠다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 회사의 승소율은 61%. 이 정도 승소율이 보험업계에선 최상위권입니다.



최근 5년간 손해보험사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 건수는 3,677건. 승소율은 절반을 겨우 넘깁니다.



일부 손보사의 경우 수백건에 이르는 소송을 걸었지만 승소율은 고작 30%대였습니다.



낮은 승소율에도 일단 보험금 지급을 늦추기 위해 소송을 걸고 보는 겁니다.



<녹취>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잘못된 건 맞아요. 법 모르는 사람들은 어 이게 뭐야, 어 하다 당할 수 있는..."



보험업계에선 과다한 보험 청구 또는 보험사기 때문에라도 소송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금감원에선 채무부존재 소송 건 중 단 1건의 보험사기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조문환(한나라당 의원) : "개인이 보험사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서 손해율을 줄이고, 낮은 금액에 ’울며 겨자먹기식’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섭니다."



<질문>



보험사의 이런 횡포를 막으려고 금감원이 분쟁을 조정하죠?



그런데 현실은, 제 구실을 못한다면서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분쟁이 있을 경우 금감원이 나서서 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보험 소비자보다는 보험사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그 이유를 알아 봤습니다.



<리포트>



금융감독원 민원실입니다.



30여 명의 직원들이 금융기관별로 민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녹취>금감원 민원실 상담원 : "민원 접수해서 해결할 수 있는건 해결하고 안되면 해당 회사에 전화해서 알려주고... "



보험 분쟁이 생겨 소비자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하면 이들 직원들이 분쟁 조정을 합니다.



여기서 권고하는대로 거의 그대로 확정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민원실 직원의 상당수가 해당 보험회사에서 파견나온 직원이라는 점입니다.



생명보험 회사에서 4명, 손해보험 6명 등 직원 10명이 파견돼 있습니다.



전문 상담을 위한 취지라지만 분쟁의 한 당사자가 조정을 하는 셈입니다.



<녹취>조연행(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 : "민원이 들어오면 접수된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줘서 보험사가 직접 핸들링하거나 소송을 제기해서 민원인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금감원과 보험사가 ’한편’이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있을 경우 금융 감독원이 개입해 중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그때부터 금감원의 모든 중재는 중단됩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이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개입을 막기 위해 마구잡이식 묻지마 소송을 건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소송이 시작되기 전 반드시 금감원의 중재를 거쳐야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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