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후보’에서 반란 ‘주인공’ 도약

입력 2010.1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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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출신 3진 세터와 2시즌 36득점에 그친 백업 레프트, 그리고 아예 프로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한 무명 센터.

9일 성남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3-2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킨 상무신협 주요 선수들의 이력이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3관왕에 빛나는 특급 용병 가빈 슈미트나 국내파 최고 라이트 박철우 등 삼성화재의 쟁쟁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선수들이 놀라운 활약을 펼치면서 '꼴찌 반란'의 주역이 됐다.

5세트 내내 주전 세터로 뛴 강민웅(25)은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4라운드까지 낙점을 받지 못한 채 연습생 신분인 수련 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겨우 입었다.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처지였지만 신치용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성실하게 기량을 쌓은 강민웅은 2진 세터 유광우가 다치면서 등록 선수 15명에 포함돼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 있는 토스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현실은 최태웅과 유광우에 이은 3진 세터에 불과했고, 소속팀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강민웅은 친정팀과 첫 경기였던 이날 102개의 세트를 책임지며 50차례나 정확히 토스를 올려 팀의 공격을 조율했다.

강민웅의 손끝을 거친 공은 장신 가빈과 고희진 등 삼성화재 블로킹 벽을 절묘하게 피해 공격수 입맛에 맞게 올라갔다. 상무신협은 이날 경기에서 23번 중 13번의 속공에 성공했고, 21번 중 12번의 시간차 공격을 정확히 넣어 세트플레이에서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강민웅과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레프트 홍정표(사진 오른쪽.25) 역시 만년 후보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희대 재학 시절 김학민(대한항공)과 쌍포를 구축하며 활약했던 홍정표는 191㎝의 평범한 신체조건 탓에 프로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7~2008시즌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순위로 간신히 프로 진입에 성공했지만 2시즌을 뛰면서 36득점을 올린 게 전부다.

석진욱과 손재홍, 이형두 등 공수를 겸비한 선배들에 가려 출장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화재 특유의 탄탄한 수비를 몸에 익힌 홍정표는 지난 시즌 상무에서 33경기를 뛰면서 리시브 성공률 66.7%와 디그 성공률 78%를 기록하며 진가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훌륭한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줘 승리의 기틀을 놓았고, 50%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6점을 폭발했다. 승리를 결정지은 마지막 스파이크도 홍정표의 몫이었다.

또 박철우의 공격을 5차례나 정확히 가로막아 높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6개 블로킹을 성공한 황성근(사진 왼쪽.24)은 아예 프로에서 뛰어 본 경험이 없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한 황성근은 화성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최삼환 감독의 눈에 띄어 상무신협에 입단했다.

배구에서 프로가 아닌 실업팀 선수가 상무에 입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삼환 감독은 "2년 전 전국체전 결승 때 봤는데 좋은 선수더라. 빠른 플레이를 추구하는 상무의 팀 컬러에 맞는 선수"라며 빙그레 웃었다.

황성근은 이날 가빈에게서 블로킹 3개, 손재홍에게 2개, 박철우에게 1개를 빼앗으며 삼성화재의 공격을 훌륭히 차단해 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속공으로도 6점을 보태 빠른 공격으로 삼성화재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무명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이들이 상무신협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면서 '스타 탄생'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병장으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홍정표는 석진욱의 부상으로 고민이 큰 삼성화재에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고, 강민웅은 아직 일병이지만 최태웅이 빠져나간 삼성화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근 역시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프로 입단도 바라볼 수 있어 더욱 힘을 내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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