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만감 교차 “요미우리에 설욕”

입력 2010.12.10 (14:35)

KBS 뉴스 이미지
출전 기회 많이 주는 오릭스 선택…삼성 경산볼파크에서 동계훈련

아쉬움과 설렘,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다짐과 꼭 부활하겠다는 선언까지.

10일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승엽(34)은 만감이 교차했다.

새 팀에서 기대감보다는 요미우리에서 부진을 어떻게 해서든 씻어내겠다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그러다 인터뷰가 끝난 뒤 새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면서 사진기자들의 포즈 요청이 이어지자 그제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최근 부진한 성적 탓에 조용히 한국에 들어오는 등 언론과 접촉을 피했던 이승엽은 "인터뷰를 모처럼 해본다"면서 멋쩍은 미소를 날렸다.

이승엽은 등번호 3번이 박힌 유니폼을 받은 뒤 "그동안 내 이름으로 LEE라는 세 글자만 유니폼에 넣었는데 새 기분으로 나서는 내년에는 국가대표 유니폼처럼 LEE SY를 쓰기로 했다"며 대표팀 해결사로 맹활약했던 당시를 떠올려 꼭 부활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승엽은 선동열 삼성 감독의 허락을 받고 13일부터 경북 경산시 삼성 볼파크에서 한 달 반 동안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흘릴 계획이다.

다음은 이승엽과 일문일답.

--오릭스와 계약한 소감은.

▲오릭스 유니폼을 입는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 오릭스에는 알렉스 카브레라라는 선수가 있었기에 생각 안 했다. 정말 생각도 안 한 팀이었는데 다른 팀과 협상을 벌이던 중 오릭스에서 연락을 해왔다.

오릭스라면 내가 가진 힘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최근 몇 년간 안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쳤음에도 기회를 준 오릭스에 감사한다. (오릭스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년 계약(발표는 1년)이나 내년부터 당장 몸과 마음이 준비됐다는 걸 보여줄 예정이다.

--그간 부진했던 원인과 요미우리에 대한 솔직한 감정은.

▲요미우리에서 5년을 뛰었고 좋은 일, 나쁜 일이 정말 많았다. 보살펴 준 요미우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적이 안 좋았지만 요미우리에서 나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내가 찬스를 잘 잡았다면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요미우리라는 팀은 정말 좋은 팀이다. 다른 팀 선수들이 시기와 질투를 할 정도로. 이제 그곳에 다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끝나고 나니 후련한 마음도 생겼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야구를 하기에 아쉬움은 덮고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뛰겠다.

--내년 목표를 말한다면.

▲당장 몸을 만들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는데 기술훈련을 시작한다. 동계훈련을 열심히 치르고 새로운 코치, 동료와 화합해서 나의 문제점을 고쳐나갈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 게임(144경기)에 나가고 싶고 홈런 30개 이상, 100타점을 올리고 싶다.

인터리그에서 요미우리와 4경기를 치르는 데 다른 팀과 맞붙을 때와 똑같은 마음이다. 다만 요미우리에서 나를 2군에 뒀던 사실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한국으로 오고 싶은 유혹은 없었나.

▲가족의 영향이 컸다. 아들 은혁이가 6살이 되는데 야구를 알 나이다.

TV를 보면서 아들이 왜 아빠는 야구장에 있지 않고 집에 있느냐고 물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 아들에게 아빠가 일본에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잘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싶다.

또 지금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다. 일본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야구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절치부심 버텼다.

--은퇴는 삼성에서 하겠다고 했는데.

▲마지막은 삼성에서 끝내고 싶다. 대구에서 태어났고 삼성에서 9년간 뛰었다. 다만 삼성에서 부담스러워한다면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겠다.

--김태균(28.지바 롯데)와 격돌하는데.

▲올해 성적만 놓고보면 내가 뒤떨어지기에 김태균에게 도전자 입장이다. 지바 롯데는 같은 리그 라이벌이다. 또 김태균과는 포지션 같으니까 절대 물러날 수 없다. 경기장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겠다.

--오릭스를 택한 배경은.

▲돈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출전 기회가 많은 팀을 찾았다.

우선 5년간 뛰었던 센트럴리그에 남고 싶었지만 1루수가 다 차있어서 어쩔 수 없이 퍼시픽리그로 시선을 돌렸고 그중에서도 오릭스가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구단이라 생각했다. 결정에 후회는 없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