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문화재청, ‘가짜공문’에 국제 망신

입력 2011.01.26 (22:06)

<앵커 멘트>



중국에서 도굴된 고구려 고분벽화가 한국에 있으니 반환에 협조해 달라.



지난달 문화재청이 중국 정부가 보낸 공문이라며 공개한 문서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가 가짜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화재청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생겼습니다. 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90년대 말 중국 지린성에 있는 고구려 고분에서 벽화가 도굴돼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문화재청장 앞으로 온 중국 국가문물국 명의의 서신입니다.



도굴된 벽화가 한국으로 넘어갔으니, 반환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서신 전달 경로가 문제입니다.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외교문서는 외교통상부를 거치게 돼 있는데, 이 서신은 한 민간 배송업체가 문화재청장실로 직접 배달한 겁니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중국 국가문물국의 다른 공식문서와 비교해 봤더니, 꼭 있어야 할 문서번호가 빠져 있고, 날짜를 한자 대신 숫자로 썼는가 하면, ’직인’ 모양도 다릅니다.



<녹취>중국인 언어 교사 : "절대 중국인이 쓴 게 아닙니다. 중국인은 중국어 문장을 이렇게 쓰지 않죠. 처음 한 구절만 읽어도 중국어 문장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아무 의심 없이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녹취>박영근(문화재청 국장) :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 당시에는 진위 여부를 저희들이 파악하지 못한 건 있죠."



뒤늦게 문화재청이 경찰에 공식 수사를 의뢰했지만, 서신이 가짜로 최종 판명될 경우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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