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천안함·연평도·비핵화 관계는?

입력 2011.02.09 (16:15)

남북 적십자회담과 우리 정부가 북측에 요구해온 연평도.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및 추가도발 방지 확약, 비핵화 진정성 등 3대 조건 사이의 선후관계가 주목된다.

정부는 9일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회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적십자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구체적인 일자와 장소는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에 쌍방이 협의해 확정해 나가자"고 제의했다.

이 같은 제의는 정부가 그동안 이른바 '3대 조건'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전격적이면서도 상호 선후관계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적십자회담을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 쌍방이 협의하기로 해 적십자회담과 천안함.연평도 사건 및 비핵화 진정성 문제를 분리한 것으로 비친다.

이종주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 남북이 협의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적십자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사안과 인도주의적 문제를 분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는 언급이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마냥 내버려둘 수 없는 정부의 부담감과 함께 향후 6자회담 재개 등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에 대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살짝 비켜서 보면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적십자회담을 천안함.연평도 및 비핵화 진정성 문제에 넌지시 걸쳐놨다.

'원칙적 동의'라는 표현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묻어난다.

적십자회담 개최 시기를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북측의 비핵화 진정성 확인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적십자회담과 천안함.연평도.비핵화 진정성의 관계는 완전 분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찰떡 연계'도 아닌 중간점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적십자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3대 조건 간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군사회담 중간에 적십자회담의 원칙적 수용을 밝힌 것은 양자 간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회담 원칙 수용으로 북측이 이를 통해 식량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줌으로써 북측이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압박하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측이 군사회담에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최근의 유화모드에서 긴장국면으로 다시 전환될 가능성이 커 적십자회담 불발되거나 열려도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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