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못뗀 남북…대화 흐름은 ‘진행형’

입력 2011.02.09 (19:20)

대화국면을 향한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초반부터 순탄치 않은 조짐이다.

연평도 사건 이후 처음으로 대화테이블에 마주한 남과 북이 회담의 형식과 내용을 둘러싼 대립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본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북측은 9일 군사실무회담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특대형 모략극",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는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겠다"며 문을 박차고 회담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남북이 미.중의 국면전환 분위기 조성에 힘입어 순조롭게 대화국면의 첫발을 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 안팎의 예상이 일단 빗나간 셈이다.

북측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앞으로 남북대화를 거쳐 6자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전반적 대화재개 프로세스가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대화를 바라보는 양측의 기본적 시각이 다르거니와 이번 실무회담을 무대로 초반 기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양측의 기선잡기 대결이 그만큼 치열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데에는 핵심쟁점인 천안함.연평도 해법을 둘러싼 '간극'이 워낙 컸던 게 결정적이었다. 선(先) 천안함.연평도 매듭, 후(後)군사적 긴장완화 협의를 주문하는 남측에 대해 북측은 선후관계 없이 포괄적 논의를 하자고 대응하면서 접점 마련에 실패한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강한 책임회피로 당분간 대화 '불씨'를 살리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판' 자체가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양측은 일정한 냉각기를 거치고 다시 협상전략을 가다듬은 뒤 다시 회담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쪽으로 큰 틀의 방향을 잡은 미.중의 전략적 타협이 묵시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은 다음 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당분간 전화통지문을 통해 회담 일정 등을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경제난과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안정,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을 겨냥해 대화국면을 향해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회담재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서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며 "북측이 다시 전통문을 보내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회담 결렬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미.중이 국면전환을 꾀하는 흐름 속에서 남측만이 마냥 원칙만을 고수하며 대화 흐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서는 곤란하다는 기류가 읽혀진다.

정부가 이날 적십자회담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모두 회담이 결렬되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조만간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실무회담이 재개돼 이달 하순께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실무회담에서 드러난 양측의 골 깊은 대결기류로 볼 때 대화재개 흐름이 낙관적으로만 흐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무회담에서 표면화된 양측의 이견은 앞으로 본회담이 열릴 경우 더욱 격렬한 대립의 형태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북이 자칫 실무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공방에 매달릴 경우 최근 유지돼온 남북간 유화모드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선회하면서 대화흐름 전반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남북대화의 핵심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비핵화 고위급 회담'에 대해 북한의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한 뒤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전체적인 대화국면 전환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6자회담 재개를 향한 관련국의 외교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의 예비수순으로서 남북대화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던 6자회담 관련국들은 상황의 추이를 더 지켜보는 쪽으로 입장을 재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움직이기보다는 '속도조절'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미.중으로서는 남북간 고위급 회담 개최시 이를 6자회담 재개의 여건이 충족된 것으로 해석하고 '다음 수순'으로 나아가려던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결렬은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열릴 실무회담에서 남과 북이 '대화의 모멘텀'을 어떻게 잘 살리고 관련국들이 어떻게 외교적 협력흐름을 형성하느냐가 대화재개 흐름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북.중간 고위급 협의가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이전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북한측에 대해 적극적인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문제는 실제 상정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의 역할을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10∼11일 방중도 이 같은 대중설득 외교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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