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부상 속 다른 IMF 총재 후보들은?

입력 2011.05.20 (10:25)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뒤 총재직을 사퇴함에 따라 그의 뒤를 이를 잠재적 후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MF 총재 자리는 유럽인이 맡는다는 게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 왔으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차기 IMF 총재를 선출하는 과정이 모든 회원국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압력이 드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전 세계 경제전문가 56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32명이 프랑스 재무장관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가장 선호하는 후보로 꼽았다고 19일 전했다. 또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인 스탠리 피셔는 IMF 총재직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됐다.

다음은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뒤를 이를 잠재적 후보들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55.프랑스) = 관례대로 유럽인이 총재자리를 이을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된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인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 로펌 매킨지 최초의 여성 회장을 지냈으며 주요 20개국(G20) 같은 중요 국제 조직에서 프랑스의 협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막힘없는 영어실력도 강점으로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FT)에서 유럽 최고 재무장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적이 IMF총재 후보로서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다. 프랑스인은 지난 33년중 26년간 IMF 총재를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특히 도미니크 총재가 어이없이 낙마하면서 프랑스로선 IMF 총재자리를 자국인이 또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가 난처한 처지에 내몰렸다. 게다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국이 올해 G20 의장국을 맡은데다 대선을 1년 앞둔 처지여서 국민에게 인기가 많은 라가르드 장관의 IMF행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케말 데르비스(62.터키) = 유럽외 지역 출신 IMF 리더를 배출할 경우 유력시 되는 인물이다. 2001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와 수십억 달러의 IMF 긴급자금 수혈로 터키를 금융위기의 벼랑에서 구출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8년 세계은행에 들어가 1996년에 부총재까지 올랐으며 2001년 은행도산과 물가폭등 등 어려움에 처한 터키에 경제장관으로 금의환향,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워싱턴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이 연구소 글로벌 경제개발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고 있다.

▲악셀 베버(53.독일) = 독일 중앙은행 총재로서 2004년부터 최근까지 재임했다. 현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당초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뒤를 이을 후보중 한명으로 거명돼왔으나 지난 2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엔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 경제학 교수로 임명됐다. 그는 IMF 총재에 오르는데 도움이 될 정치적 '연줄'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4년 독일 중앙은행 총재를 맡기 전에는 독일의 한 대학에서 금융정책과 국제경제에 대해 강의했다.

▲트레보 마누엘(55.남아공) =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을 역임하면서 글로벌 금융계에서 명망을 얻었다. 그는 오랫동안 IMF나 세계은행 총재의 잠재적 후보중 한명으로 일컬어져왔다.

남아공 연합민주전선(UDF)의 창립멤버인 그는 1980년대 정치활동을 하다 체포돼 여러 번 수감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재무장관으로 변신,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적이었으며 2008년 타보 음베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후 정권의 안정적 이양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제이콥 주마 정부 아래에서도 국가기획위원장으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52.멕시코) = 대부분의 경력을 멕시코의 경제정책 입안분야에서 보냈다. 지난해 1월 멕시코 중앙은행장이 되기 전까지도 이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규제철폐와 자유방임 경제의 산실인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박사인 카르스텐스 중앙은행 총재는 2003~2006년 IMF의 부총재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IMF수장이 되는 데 걸림돌로는 미주 출신이란 점을 들 수 있다. 미국 시민인 로버트 졸릭이 세계은행을 이끌고 있어 또다른 미주 출신이 양대 글로벌 금융기구를 맡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몬텍 싱 알루왈리아(67.인도) =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경제자문관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인도 경제개혁의 핵심적 인물로 자리매김해왔다.

2004년 이후 인도 국가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에 에너지가격 통제와 외국기업에 대한 장벽 등을 없애도록 압박하는 등 시장개방을 위해 힘썼다.

알루왈리아는 IMF 평가국 책임자를 맡기 전 1979년 재무장관 경제자문관으로 인도 정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세계은행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그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고령인 나이를 들 수 있다.

▲스탠리 피셔(67.미국/이스라엘) = 아프리카 잠비아 태생인 그는 미국인이지만 2005년부터 이중국적을 택하면서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을 맡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1994~2001년 수석 부총재로 재직해 IMF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장으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논문 지도교수였다.

인플레에 대한 강경론자로 알려진 그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누구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중앙은행장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IMF총재가 되는 데 문제라면 고령인데다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 출신인데 또 미국 출신이냐'라는 지적을 들을 수 있다. 금융위기에 책임있는 미국 은행 씨티그룹에서 일한 경력도 부담이다.

▲그리고리 마르첸코(51.카자흐스탄) = 러시아와 여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 IMF 총재로 밀고 있다. 그는 중앙아시아 최대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의 총재를 두차례 역임했다. 마르첸코는 2009년 1월 두번째로 중앙은행 총재를 맡으면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를 잠재우려 애썼다. 카자스탄에선 은행 4곳이 금융위기 여파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졌었다.

이밖에 1980, 1990년대에 15년간 IMF에서 일한 뒤 살로몬 스미스를 시작으로 민간부문으로 옮겨간 채권투자전문 핌코의 엘 에리안(52) 최고경영자(CEO)도 잠재적 후보군에 속한다.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뤽 전 재무장관과 악셀 웨버 전 중앙은행장,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도 후보군에 들지만 국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