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평범한 40대 가장이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이 곳, 경기도 파주시 운정 3지구에는 택지 개발 중단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변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7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파주 운정 3지구입니다.
박용수 씨는 40억 원을 대출받아 이곳에 가구공장을 짓다가 토지 수용 발표로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으로 예정됐던 LH의 토지 보상금 지급이 무산되면서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한 달 이자만 7천여만 원, 짓다만 공장도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인터뷰>박용수(파주운정3지구 주민) : "이자 감당하는 데 너무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지금 다들 이와 같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수용될 토지를 담보로 주민들이 미리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땅을 사는 등 생계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49살 윤 모씨도 토지를 담보로 13억 2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매달 9백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윤 씨는 빠른 보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녹취>유가족 : "(한 달에) 벌어야 2백만 원 벌까 하는데 이자는 천만 원씩 나갔고…개발을 한다 그래가지고 도대체가 이게 뭐야 흑흑…."
운정 3지구 주민 천여 명이 대출받은 원금만 약 8천억 원으로 한명당 평균 8억원꼴, 보상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KBS 뉴스 변진석입니다.
<앵커 멘트>
개발지구로 지정됐다가 이처럼 사업을 착공할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지역이 얼마나 될까요?
전체 LH 사업지의 3분의 1 정도.
백 서른 여덟곳이나 됩니다.
차일 피일 미뤄질 수록 주민들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이병도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원주의 택지개발지구, 6년째 허허벌판입니다.
LH가 사업성이 낮다며 사업을 전면 보류했기 때문입니다.
보상 계획을 믿었던 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학봉(원주 태장2지구 주민대책위원장) : "보상을 해준다고 하니까 은행권, 심지어 제2금융권에서 빌려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까 파산되는 사람이 많아요."
LH가 참여하는 공영 재개발이 추진 중인 이곳도 3년째 시행사 선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주민간에 갈등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녹취>신종선(성남 신흥2지구 주민대표) : "곧 재개발될 텐데 몇백만 원 들여가지고 고쳐주면 또 부술거 아니냐 이렇게 해서 권리자와 세입자 간에 갈등도 심하고."
이처럼 LH가 사업 재조정을 선언하면서 일정이 중단된 곳은 모두 138곳, 다음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조정이 끝난 곳은 23곳에 불과하고 110여 곳은 아직도 협의가 진행중입니다.
<녹취>이명호(LH 사업조정심의실장) : "완전히 안하는 사업하고 비교하면 모양을 바꿔서라도 시기를 늦춰서라도 가는 사업이 더 많기는 많죠."
LH의 사업 조정 규모는 140조 원이 넘습니다.
어떤 식으로 결정되던 개발에서 제외된 주민들의 반발과 보상 문제는 곳곳에서 터져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