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리산이 빠르게 난대림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온대수종인 소나무가 사라지고 대신 난대수종이 급속하게 늘고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제야 가을로 접어든 지리산, 푸른 소나무숲 사이사이 적갈색 참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온대림 모습이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키 큰 소나무 아래 난대수종인 비목이나 때죽나무가 번성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소나무 숲이라면 아래쪽에는 어린 소나무들이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도 비목이고, 아래쪽도 비목, 뒤에 있는 나무도 온통 비목입니다.
아래쪽은 난대수종이 점령하고 있는 겁니다.
수명이 다한 소나무가 죽으면 그 자리를 난대수종이 차지하는 겁니다.
<인터뷰> 유영한(교수/공주대 생명과학과) : "소나무가 보통 60년 사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앞으로 한 20년 정도 지나면 이 소나무 숲은 난대성 숲으로 바뀔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2005년에 대표적 수종이었던 소나무는 개체 수가 5년 만에 18% 줄어든 반면에 비목은 무려 460% 급증했습니다.
대표적인 난대성 덩굴식물인 마삭줄도 소나무를 감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덩굴식물이 번성하는 제주도 난대림을 닮아가는 겁니다.
식물이 달라지면 당장 곤충들의 종도 변합니다.
<인터뷰> 유영한(교수/공주대 생명과학과) : "결국 동물들도 크게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아마 어떤 종은 멸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백 년간 한반도 기온상승 폭은 1.5도, 지금 지리산의 모습이 20년 뒤엔 영영 사라지고 맙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