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지자체가 만든 ‘승객 없는 역’

입력 2011.11.14 (22:06)

<앵커 멘트>

지하철 노선이 생길 때마다 우리 지역에 역 좀 지어주시오!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요구합니다.

그렇게 전국에 수십여 개 역이 새로 생겼는데 이게 왠걸 정작 승객이 없습니다.

아까운 돈만 날린 거죠.

김원장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문을 연 국철 1호선 서동탄역입니다.

낮에는 승객도, 역무원도 만나기 힘듭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역이지만, 화성시가 건설비 160억 원을 대는 조건으로 건설됐습니다.

하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은 2천 명 안팎, 예상치의 1/3 수준입니다.

바로 옆에 병점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서동탄역 직원 : "(승객이 병점역으로도 많이 가나요?) 당연히 병점역으로 다 가죠. 많이 가는 게 아니고 다 가죠 (그런데 여기 또 지었어요?) 우리가 어떻게 아냐 이거예요."

화성시는 해마다 적자 보전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기도 화성시 담당자 : "작년에 (적자 보전비용으로) 4억 1810만 원을 납부했어요."

2005년 들어선 분당선 구룡역입니다.

건설비 600억 원의 초대형 역이지만, 역시 계획에 없던 역입니다.

당시 코레일의 타당성 조사보고서.

개포동에 역이 추가로 들어서면 두 역에서 20년간 548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강남구가 건설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서 결국 건설됐습니다.

구룡역 반경 3km안에 지하철역은 모두 11곳.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3600여 명으로, 개통 이듬해인 2006년보다 승객이 줄었습니다.

9호선 마곡나루역은 200억 원을 들여 짓고도, 주변 개발이 늦어지면서 3년째 문도 못 열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며, 개찰구며, 전산장비를 갖추 역무실까지. 잘 지어진 영화세트 같습니다.

<인터뷰> 김훈(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 "불필요한 열차역이 늘어나면 건설비용의 낭비뿐 아니라 정차시간이 길어지면서 모든 승객의 불편, 나아가 사회적 비용의 낭비로 이어지는 거죠."

지금도 전국 10여 곳의 시장, 군수가 선거공약 등을 이유로 코레일측에 역을 추가로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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