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33년간 장기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권력 이양안에 서명했지만, 예멘 국민의 불만은 여전하다.
예멘 야권의 그동안 핵심 요구 사항은 살레 대통령에 대한 기소였다고 독일 dpa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은 올해 초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최근까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1천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우리는 살레가 재판받기를 원한다. 그에게 면책 특권을 주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서명한 권력이양안에 따르면 살레 자신과 그의 가족, 측근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기소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살레는 또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30일 이내로 모든 권력을 넘겨야 하고, 90일 안에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살레의 권역 이양안 서명에도 예멘에서는 이날 수천명이 사나의 광장에 모여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또 살레 지지 세력과 반대파의 충돌로 최소 7명이 다쳤다고 외신이 목격자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는 "살레가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수천명의 시민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까지 시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멘 시위를 주도해 온 청년위원회 대변인 왈리드 알 아마리는 "권력이양안이 시위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 사미아 알 아그바리는 "이번 합의로 내전 상황은 모면했다"면서도 "살레의 처벌을 포함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거리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예멘 장기독재정권의 권력이양 결정과 관련,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