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전남 진도의 '홍주'를 명품 술로 치는데요,
전통 방법으로 이 진도 홍주를 만들어 온 허화자 장인을,
류성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초승달이 기우는 이른 새벽.
부엌 불이 켜지고… 쌀과 누룩을 빚어 발효시킨 술을 무쇠 솥에 얹고…
예나 지금이나 술은 이른 새벽에 내립니다.
<인터뷰> 허화자(전남 무형문화재 26호) : "이것이 끓으면 1분도 비우면 큰일나요. 조금 넘으면 불붙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사람 피하려고..."
장작불을 때기 2시간, 데워진 수증기를 맑은 소주로 만드는 '고조리'를 솥 위에 얹습니다.
홍주가 붉은 빛깔을 내는 것은 '지초'라 불리는 약초를 넣기 때문입니다.
장인은 일제 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 몰래 숨어서 술을 만들었던 탓에 홍주를 아직도 '밀주'라 부릅니다.
<인터뷰> 허화자 : "(왜 힘드셨어요?) (세무서에서)뒤지러 오니까. 아무것도 없어야지. 술이 없을 리가 있겠소? 그러니까 항상 걱정덩어리여."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주를 받는 데 5시간.
선홍색 빛깔이 매혹적인 진도 홍주는 담금과 숙성, 증류를 거쳐 이렇게 탄생합니다.
하지만, 빛깔이 맑을수록 좋은 술은 아닙니다.
<녹취> "빨갛지 않소? 털털 안 하요? 맑지 않고.."
명품 술, 진도 홍주를 전통 방법 그대로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장인의 나이는 올해로 여든셋.
<인터뷰> 허화자 : "내 생계거리도 되고, 애인도 되고 그런 다니까. 그래서 아주 소중한 술로 생각해요."
진도 홍주는, 장인에게 모든 것입니다.
KBS 뉴스 류성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