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이맘때 겨울 철새의 명소, 유부도에 가면 검은머리 물떼새 수천마리가 월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이라고 하죠?
용태영 기자가 담았습니다.
<리포트>
전북 군산항에서 뱃길로 5분, 0.7평방킬로미터의 작은 섬 유부도가 나옵니다.
섬은 작아도 드넓은 갯벌에는 온갖 진귀한 새들이 있습니다.
긴 부리의 끝이 휘어진 마도요, 그 부리로 갯벌을 찔러가며 먹이를 찾습니다.
물가 한쪽에서는 민물도요가 옹기종기 모여서 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유부도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검은 머리에 붉은 부리를 가진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입니다.
넓은 갯벌에 퍼져 있다가 밀물 때면 물이 들지 않은 곳으로 조금씩 모여듭니다.
여기 작은 공간에 모인 개체만도 6백여 마리, 겨울 한철 유부도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입니다.
전체 개체 수의 90%인 4천여 마리가 여기서 월동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여길욱(한국도요새학교 대표): "해안선 거의 대부분이 이제 개발 행위에 의해서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부도 만큼은 천연의 섬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채식이나 휴식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하지만, 유부도도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갯벌엔 수시로 쓰레기가 밀려들어 먹이터와 쉼터를 위협합니다.
조개를 싹쓸이하는 불법어업 때문에 풍부했던 먹잇감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남규(유부도 주민): "지금은 (조개가) 거의 없죠. 실태가, 상당히 먹고 살기 어렵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탐조 촬영객들과 잘못된 탐조 행태도 새들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길욱(한국도요새학교 대표): "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새에 접근하다 보니까 새들이 간섭을 많이 받고 갈등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래서 많이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할 관청인 충남 서천군은 검은머리물떼새를 군의 대표새로 지정했지만 정작 별다른 보호조치는 없습니다.
이렇게 무리지은 검은머리물떼새의 장관을 후손들도 볼 수 있을 것인지,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