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OECD 국가 가운데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지난해 해외로 입양된 아기는 모두 9백여 명.
이 가운데 88%가 미혼모의 아기로 태어나자마자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이런 성급한 입양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이혼숙려제처럼 입양에도 숙려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 배경과 한계를 이경희 기자가 심층 분석합니다.
<리포트>
4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미혼몹니다.
딸과 그림을 함께 그리며,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을 보냈다가 8개월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박00(미혼모) : "아이를 보낸 죄책감이 가장 컸고요. 그로 인해서 악몽도 많이 꾸고, 그래서 아이를 데려오는 게 제가 사는 길이라 생각해서..."
처음에 입양을 결정할 때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런 성급한 입양을 막기 위해서 이혼숙려제처럼 입양에서도 숙려제가 도입니다.
정부는 출산한 뒤 일주일이 지나야 생모가 입양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입양 절차를 행정기관 신고제에서 가정법원 허가제로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이경은(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 과장) : " 기본적인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가 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제도화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입양 생모의 92%인 미혼모의 자활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최형숙(미혼모 가족협회 기획팀장) : "애만 있어도 안 뽑는 데 그것도 미혼모 라고 하면 더 뽑지 않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취업도 어렵고. 경력은 단절되고..."
실제로 보호시설에서 혼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이 여성도 입양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00 ( 미혼모 보호시설 여성) : " 아빠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아이를 키 우는 것도 어렵고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게 자랄 수 있기는 하잖아요."
준비 없이 도입한 입양숙려제가 자칫 미혼모와 아이 모두를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노충래(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 "미혼모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기술을 계발 해서 정정당당하게 차별 없이 일 할 수 있는 사회체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책이 없는 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해외입양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이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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