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순대, 청국장, 안경테, 장난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를 막은 업종들입니다. 그러나 이건 소비재를 다루는 중소기업을 위한 조칩니다. 생산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사실상 대기업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상생대책은 없는 걸까요?
김학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여 년 동안 현금인출기를 독보적으로 생산해온 중소기업니다.
최근에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기업 자회사들이 뛰어들면서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자회사들은 기술 개발로 원가를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약탈적 덤핑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윤상준(현금입출금기 제조업체 이사) :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다 보니 저희는 한대당 4,5백만 원씩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재벌 대기업들이 중견 전문업체를 퇴출시켜 시장을 독식하려는 의도라고 봅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고스란히 대기업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건설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 업체는 핵심 인력이 기술을 들고 대기업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녹취>신동선(중소 IT업체 대표) : "저희 회사 직원 세 명을 스카우트를 한 거예요."
일부 대기업은 중소업체가 다른 경쟁 대기업에게 아예 납품을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녹취>최백준(중소 솔루션업체 대표) : " 다른 SI(시스템구축)회사들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 자체를 아예 잃게 되는 거죠."
재작년 대기업의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건수는 모두 660여 건, 3년간 고발과 시정명령 등을 내린 건수만 3,600건에 이릅니다.
<녹취>이정희 (교수/중앙대 산업경제학과) : " 중소 상인들과 경쟁한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대기업이 현재 사회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자세라고 봅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중소기업이 몰락하면 결국 대기업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상생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