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구본길, ‘유럽 텃세’에 억울한 패

입력 2012.07.29 (23:51)

수정 2012.07.29 (23:55)

KBS 뉴스 이미지
2012 런던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16강이 벌어진 29일(현지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1의 옐로 피스트.



막스 하르퉁(독일)에게 마지막 15점째 역전타를 내준 구본길(23·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한동안 피스트 위에 앉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구본길로서는 억울할 법도 한 것이, 14-14로 맞선 상황에서 두 선수는 동시에 공격을 들어가 성공한 참이었다.



피스트 주위로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초록색과 빨간색 불이 동시에 들어왔고 두 선수 모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승리를 예감했다.



그러나 피스트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막심 라호츠카(벨라루스) 심판은 하르퉁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는 그대로 구본길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구본길은 경기를 마치고 "분명히 동시에 공격했는데 저쪽의 점수로 인정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펜싱 경기에서 공격 성공 여부는 전자 판독기가 알려주지만 여전히 심판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자 판독기는 선수의 검과 상대 보호구의 유효 면이 닿으면 이를 포착해 빨간색과 초록색 불빛으로 성공 표시를 한다.



유효 면이 아닌 곳을 찌르면 흰색 불이 들어와 공격이 실패했음을 알린다.



보통 팬들이 보면서 모호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경우는 두 선수가 동시에 유효 면에 검을 댔을 때다.



에페 경기에서는 동시에 불이 들어오면 두 선수 모두에게 점수를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던 심판이 어느 선수의 득점인지를 판정한다.



올림픽 종목 중 총알 다음으로 빠르다고 알려진 펜싱 검의 끝이 누구의 몸에 닿았는지는 육안으로 지켜보던 심판도 알 도리가 없다.



대신에 심판은 선수들의 자세와 발놀림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어느 선수가 먼저 공격에 들어갔는지를 기준으로 점수를 준다.



‘라이트 오브 웨이(통행권)’라고 불리는 규칙이 이것이다.



그러나 심판도 인간인 이상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고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펜싱 종주국인 유럽 선수들이 판정에서 다소 이득을 안고 경기를 한다는 것이 국내 펜싱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제펜싱연맹(FIE)은 펜싱 선수들에게 한 경기당 두 번씩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권리를 줬다.



선수가 이를 요구하면 한 명의 비디오 판독 심판이 느린 화면을 살펴본 뒤 다시 판정을 내린다.



비디오 판독에서 선수의 항의가 받아들여지면 판독을 요구할 기회는 줄어들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 개의 기회를 잃는다.



항의가 계속 받아들여지기만 한다면 15번도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중한 기회를 잃기 때문에 승부처에서 억울한 상황을 당하지 않으려면 초반에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구본길은 이날 마지막 점수를 내주기 전에 두 차례의 기회를 모두 써버린 탓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경기장을 내려와야 했다.



펜싱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선수와 맞붙는 상황이라 판정이 구본길에게 다소 불리하게 적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초반에 비디오 판독 요구를 성급히 써 버린 경기 운영도 아쉬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