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결산] ② 투혼을 불사른 구기종목

입력 2012.08.12 (07:59)

수정 2012.08.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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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축구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틀어 역대 최고 성적을 남기며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948년 런던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이후 무려 64년 만에 감격스런 첫 동메달을 따냈다.

그것도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격파하고 거둔 성과라 동메달 이상의 기쁨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축구의 쾌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안겼던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된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정도였다.

배구와 핸드볼, 하키 등 다른 구기종목들은 아쉽게 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멋진 승부를 만들어냈다.

축구는 조별리그에서 1승2무의 성적으로 역대 세 번째 8강 진출에 성공한 뒤 '축구 종가'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며 사상 첫 4강 진출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아쉽게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지만 대표팀은 기어이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마침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쾌거를 달성했다.

체력적 열세를 정신력으로 이겨낸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맏형'으로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낸 박주영(아스널)의 '특급 활약'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승리였다.

미국의 '폭스뉴스' 등 서구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높게 평가하며 '투혼의 승리'라고 찬사를 보냈다.

벤치에서는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하나로 만든 홍명보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통솔력이 빛났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 병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그의 손을 잡아줬고, 박주영은 홍 감독에게 진 빚을 결승골로 멋지게 보답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셀틱), 남태희(레퀴야),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은 병역 특례라는 달콤한 보너스까지 얻으며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구가할 '황금 세대'로 자리 잡았다.

1976년 몬트리올올릭픽에서 구기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 이정표를 세운 한국 여자 배구는 8년 만에 다시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어게인 1976'의 당찬 출사표를 내걸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조별예선에서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며 '죽음의 조'를 뚫은 한국은 8강전에서는 세계 랭킹 4위인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에 3-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미국에 패한 한국은 또 하나의 한·일전으로 관심을 모은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의 벽에 가로막혀 노메달에 그치며 '1976년 영광' 재현에 실패했다.

그러나 세계 랭킹 15위에 불과한 전력으로 4강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태극낭자들은 이미 신화를 창조했다.

더군다나 부동의 '해결사' 김연경(흥국생명)이 지나치게 높은 공격 비중 탓에 어깨가 좋지 않고, 세터 김사니(흥국생명)도 어깨 통증을 안고 있었지만 똘똘 뭉친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완패한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코트를 나서는 태극낭자들에게 관중은 기립박수로 격려했다.

올림픽이 아니어도 인기가 유지되는 축구, 배구와 달리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1984년 LA올림픽부터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꾸준히 캐낸 여자 핸드볼은 3-4위전에서 스페인과 연장 혈투 끝에 아쉽게 패했다.

김온아(인천시체육회), 정유라(대구시청), 심해인(삼척시청) 등의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면서 14명 엔트리를 고루 기용할 수 있는 상대팀보다 체력 소모가 많았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등하게 싸운 노르웨이, 스페인에 준결승과 3-4위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아쉽게 빈손으로 돌아서게 됐다.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은 좌절됐지만,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쥐어짜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보여준 여자 핸드볼의 투혼은 2012년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남자 핸드볼은 유럽의 강팀들과 같은 조에 섞이는 바람에 결국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해왔던 하키는 남녀 모두 4강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남자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2년, 여자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16년 만에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결국 메달의 꿈은 다시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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