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박물관 건립사업에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 지원 속에 있으나마나 한 박물관이 전국에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송영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충북 충주시가 지난해 문을 연 세계 무술 박물관입니다.
정부 지원금 12억 원을 포함해 건물 짓는데만 백억 원 넘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제대로 된 유물은 한 점도 없고, 전시장은 영상물 위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시물도 많지 않지만, 이마저도 모두 실물을 본떠 만든 가짜들입니다.
<녹취>박물관 관계자(음성변조): "전부 복제품입니다. 복제...(해외 기증품은) 해외단체들이 자기네 나라에 있던 뭐 그냥 상품을 (갖다준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도 못했습니다.
<녹취>박물관 관계자(음성변조): "박물관 체제도 안 잡힌거예요. 제대로 정립이 안된거예요."
취재진이 머문 2시간 동안 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충남 금산군은 어린이박물관을 짓겠다며 타낸 정부지원금 3억 원으로 박물관 대신 놀이시설을 지었습니다.
박물관으로 등록될 리 없습니다.
이처럼 박물관을 짓겠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고도, 박물관 등록이 안 된 시설은 전국적으로 147곳이나 됩니다.
박물관 등록이 의무 사항이 아닌데다, 정부가 지원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관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음성변조):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취지의 예산(지원)이다 보니까, 이거는 안 지어야겠다는 이런 식의 의견 개진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측면이 있어요."
<인터뷰>이재영(국회 문방위 위원): "지원금만 퍼주고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박물관 건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년 동안에만 8백억 원을 썼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