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민간의보 급속 확대…과잉 진료 우려

입력 2012.08.20 (22:04)

수정 2012.08.21 (10:32)

<앵커 멘트>



암보험에다 실비 보상 보험까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민간의료보험료로 낸 돈은 7조 2천억 원으로 건강보험의 22%를 넘어섰습니다.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사무실, 5명 가운데 4명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인터뷰> 최은희(27살/직장인) : "의료비가 갈수록 비싸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고자 가입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인터뷰> 김영민(42살/직장인) : "노후에 많이 지출되는 것 중 하나가 의료비 쪽이 많아서 미리 대비해서 가입했습니다."



최근엔 환자가 부담한 치료비를 최대 90%까지 되돌려주는 실손형의료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MRI 검사 등도 지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새로운 수익원입니다.



진료비에 구애받지 않고 갖가지 검사나 수술 등을 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병원 관계자 : "환자분이 시술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경우에는 실제적으로 혹시 실비보험을 갖고 계시냐, 그렇다그러면 이런 부분에서는 본인이 실비에서 충분히 보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병원도 건강보험보다는 민간의료보험 환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성장 속도는 건강보험보다 4배가량 빠른 것으로 추산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멘트>



대표적인 고가 검사장비인 MRI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민간보험에 많이 가입하는데요,



성인 천 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인 79%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평균 보험료는 가구당 15만 8천 원으로 건강보험료의 2배 수준입니다.



가구당 평균 3.5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요,



환자가 낸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만 2천 8백만 명으로 전 국민의 절반이 넘습니다.



건강보험이 있는데도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까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건강보험의 서비스 보장이 부족해서가 35%를 차지했습니다.



건강보험이 보험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자칫 과잉진료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그 실태를 정홍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입원했습니다.



<인터뷰> 실손보험 가입자 : "입원을 해서 검사를 받아야 (실손)보험료가 나온다 그렇게 해서 입원을 한 거거든요."



이처럼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많아지면 불필요한 진료도 늘게 됩니다.



과잉 진료의 부담은 다시 가입자들에게 돌아옵니다.



지난해 실손보험사들은 받은 보험료의 114%를 보험금으로 지급했고, 이 때문에 3년 갱신형의 경우 보험료가 평균 44%나 올랐습니다.



<인터뷰> 김창호(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보험료 인상률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을 하고 3년이 지난 뒤 보험료 인상 폭이 50% 이상 되다 보니 보험 유지율도 5-60% 내외밖에 되지 않습니다."



과도한 의료 이용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줍니다.



<인터뷰> 보건사회연구원 실장 : "의료 이용 자체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급여도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실손 보험이 역설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물론 국민 전체 의료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건강보험료에다 민간의료보험까지 사실상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인데요,



이 부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대장암 때문에 5개월째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잡니다.



항암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 2천만 원 가운데 천7백만 원을 본인이 부담합니다.



<인터뷰> 대장암 환자 : "약이 내 유전자에 딱 맞거든요. 그래서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돼요."



암 같은 중병에 걸렸을 때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당수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배당금 등으로 들어가는 돈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은 낸 돈의 70%가량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건강보험의 지급률은 187%로 만 원을 냈다면 만 8천7백 원을 돌려받습니다.



세금이 지원되는데다가 배당금 등의 지출비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훨씬 더 혜택이 크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정형선 : "민영보험에 갈 돈을 공보험쪽의 보험료를 차라리 올리는 것이 국민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의료를 이용할 때 보장수준을 더 높이는 길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야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한 이중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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