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지위를 악용한 성폭력

입력 2012.08.23 (08:00)

[ 류현순 해설위원]

“치욕당한 몸을 소독하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여대생은 자살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가게 주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게 자살 이윱니다. 유서를 쓰는 순간에도 피자가게 주인의 협박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자살한 여대생의 수치심과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인천 교육청에는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이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투서가 두 차례나 접수됐습니다.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이 기쁨조로 교장의 경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식 후 술자리에서의 성추행도 만연해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연습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징역 6년형을 받은 것도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상사나 고용주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상사나 고용주로부터 모멸스런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조직이나 피해자의 체면 때문에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는 더욱 많습니다. 자살한 여대생도 목숨을 내놓고서야 이 같은 횡포를 고발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을 것을,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쉬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제도를 통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성폭력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이나 회사에 성폭력 전담기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기적인 성교육은 물론이고 언어 성폭력이라도 성폭력기구에 제소된 사람은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조지아주의 한 대학 학장은 여교수와 나눈 성폭력적일 수 있는 대화 때문에 학장직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학생과의 술자리도 막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 대책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조직에서의 성폭력 대책을 보다 강화해야 합니다. 거기에 이번에 자살한 여학생처럼 소규모 자영업장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성폭력 대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됩니다. 자영업장 경영자들에게도 보다 엄격한 윤리교육이 요구됩니다. 내 딸이고, 내 누이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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